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가게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 하고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번 수술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이고 나는 한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이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시 산책[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인사--- 나태주  (0) 2024.12.28
송년의 시 --- 정연복  (0) 2024.12.26
아기 예수는 말한다 --- 정연복  (0) 2024.12.22
눈동자- -- 정연복  (0) 2024.12.16
나를 위한 기도 --- 정연복  (0) 2024.12.14
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