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 나는 삶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었다. 진리와 깨달음에 대해, 행복에 대해, 인생의 의미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그 질문들에 삶이 평생 동안 답을 해 주고 있다. 그때는 몰랐었다. 삶에 대한 해답은 삶의 경험들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스승을 찾아 나라를 여행하고 책들을 읽었으나, 내게 깨달음을 선물한 것은 삶 그 자체였다. 이 불확실한 시대에 내 글이 위로나 힘이 되진 않겠지만 , 나는 다만 길 위에서 당신과 함께 인생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 - 내가 묻고 삶이 대답하다 - 저자의 서문이다.

 

   자유로운 새가 있었다. 하늘을 날고 열매를 따먹고 맑은 목청을 자랑했다. 그런데 그 새에게는 한 가지 습관이 있었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때마다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작은 돌 하나씩을 모았다. 그 돌들을 보며 즐거운 일들이 떠오르면 웃고 슬픈 일이 기억나면 울었다. 마침내 돌들이 무거워져 그새는 날수 없고 소중한 돌들을 지키다가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숨졌다는 이야기다. 쓸모없는 돌맹이들만이 남았단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뒤돌아보는 새는 죽은 새다. 모든 과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날개에 매단 돌과 같아서 지금 이순간의 여행을 방해한단다.

 

  배우 김혜자씨와 함께 네팔을 갔을 때의 일이다. 카트만두 외곽지의 유적지에 갔다가 길에 장신구들을 펼쳐 놓고 파는 여인을 보았다. 그런데 김혜자가 걸음을 멈추더니 그녀의 옆으로 가서 앉는 것이었다. 그제야 보니 그 여인은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었다. 놀라운 일은 김혜자 역시 그녀 옆에 앉아 울기 시작했단다. 말도 없이 여인의 손을 잡고 울고 있더란다. 신분도 다른 두 여인이 이유도 묻지 않은 채 쪼그리고 앉아 울었다.

 

   공감의 눈물, 연민의 눈물이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는 여인을 발견한 것도 놀라웠지만, 언어도 통하지 않는 타인의 슬픔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감 능력, 우는 사람 옆에서 함께 울어주는 마음이 김혜자를 진정성 있는 배우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단다. 네팔여인은 옆에 앉은 김혜자를 보며 웃음 섞인 울음으로 바뀌었으며, 이내 밝은 미소로 번졌다. 공감이 가진 치유의 힘이었고 헤어지면서 김혜자는 팔찌하나를 고른 후 그 노점상여인의 손에 300달러를 쥐어주었다. 그 여인에게는 거금이었다. 여인은 놀라서 자기 손에 들린 돈과 김혜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런 큰돈을 왜 주었느냐고 묻자

“ 누구나 한 번쯤은 횡재를 하고 싶지 않겠어요? 인생은 누구에게나 힘들잖아요.” 그녀의 답이었다는 이야기.

 

   여행은 얼마나 ‘좋은 곳’을 갔는가가 아니라 그곳에서 누구를 만나고 얼마나 자주 그 장소에 가슴을 갖다 대었는가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봐야하며, 그것에는 시간이 걸린단다. 세상의 모든 장소들은 사리와 숄로 얼굴을 가린 여인과 같고, 세상에는 시간을 쏟아 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고 이야기 한다. 장소뿐만 아니라 삶도 쉽게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 다. 우리가 삶을 사랑하면 삶 역시 우리에게 사랑을 돌려준다. 사랑하면 비로소 다가오는 것들이 있단다.

 

   방황한다고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 모든 여행에는 자신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독일의 사상가 마르틴부버는 말했다. 그 많은 우회로와 막다른길과 무너뜨린 과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 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길을 가는 사람’ 이다. 죽는 날까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것이 삶이다. 따라서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 길에 기쁨과 설렘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과 자신의 다름을 담담히 받아드릴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길을 들여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야만 한단다.

 

  찻잔속의 파리,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 이유, 누군가의 마지막을 미소 짓게, 나는 누구인가, 혼자 걷는 길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아름다움이란 무었인가, 마지막으로 춤 춘 것이 언제인가 , 잘못 베낀 삶, 죽음 앞에서, 상처주고 상처받기, 오늘 감동한 일이 있었는가, 어둠속에서 눈은 보기 시작한다,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인생을 놀이처럼, 네가 걸어온 길이 너의 삶이 될지니, 글 한 편 한 편, 생각하며 읽게 한다.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후 류시화의 특유의 울림과 시선을 담은 신작 산문집, 자기 탐구를 거쳐 삶과 인간을 이해해 나가는 51편의 산문을 묶었다.  <마음이 담긴 길> <화가나면 소리를 지르는 이유> <혼자 걷는 길은 없다>  <마음은 이야기 꾼> 등 여러 글들은 페이스북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 삶으로 다시 떠 오르기> 등, 다수가 있다. 

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