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8일,
막내가 표를 구입해 주어서 이문세 콘서트를 볼 수 있었다.
오랫만에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옛사랑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

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

텅 빈 하늘 위 불빛들 켜져 가면

옛사랑 그 이름 아껴 불러보네.

막이 오르자 화려한 조명 아래 가수 이문세는 그의 히트곡 ‘옛사랑’을 부른다. 하얀색 싱글 정장을 입고, 키 큰 의자에 반쯤 걸터앉아 기타를 튕기며 부르는 그의 감미로운 음성은 관중의 감성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객석 3천 석을 메운 올림픽 경기장,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아예 눈을 감아 버린 사람도 있다. 누구나 옛사랑 하나쯤은 가슴에 간직하고 있을 터, 사오십 대 관중들의 얼굴에는 그리움과 감동이 스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은 문세 파티에 오신 것입니다. 음악을 듣고 위로받으시고, 행복한 파티가 되셨으면 합니다. 한해를 꿋꿋하게 잘 살아온 자신에게 박수를 치십시오. 일 년 동안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그는 첫 인사를 했다. 150명의 스텝들이 수고를 하고 있다고 했다. 무대 양쪽에는 대형 스크린이 걸려 있고 서라운드(Surround) 음향이 홀을 울린다.

내가 이문세 팬이 된 것은 꽤 오래전 일이지 싶다. 그의 노래는 단백하고 부드럽다. 한가하거나 조용한 시간에 자주 듣곤 하는데, 귀에 거슬림이 없이 부르는 그의 음성은 듣는 이의 마음을 더없이 편안하게 해 준다. 깔끔한 외모에 예의가 바른 말솜씨, 그리고 위트와 유머, 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이문세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별 밤 지기 때부터 요즘의 아침방송까지 즐겨 듣고 있는데, 그의 다정다감한 말솜씨를 팬들은 알고 있는 터다.

어느 날인가 초등 일 학년 손자가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부르고 있었다. 놀라서 물어보니 친구들에게 배웠다고 했다. 아이돌 가수 빅뱅이 리메이크 (remake) 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세대를 넘나드는 노래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이문세 콘서트 한번 구경하고 싶네.’가족들 앞에서 혼자 말을 한 것 같은데, 신묘년이 저물어 가는 12월에, 막내딸이 표를 마련해 모녀가 길을 나섰다. 십여 년 만에 찾은 공연장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문세는 1952년생으로 만 52세다. 방송인 이종환 씨에게 발탁이 되어 라디오 방송을 하게 되었고, 작곡가 이영환을 만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게 된 것,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발자취를 차분히 이야기했다. 사랑이 지나가네, 붉은 노을, 덕수궁 돌담길, 광화문 연가, 나는 행복한 사람, 부르는 노래마다 소름이 돋을 만큼 사람의 마음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공연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 앙코르곡까지 거반 세 시간을, 정성과 성의를 다해 노래를 들려주었다.

공연 중간에 간단한 ‘포토 상’시상이 있었는데, 오십대 부부의 표정을 잡았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는 남편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더니, 공연이 시작이 되고 나서 기뻐하는 표정이 나란히 스크린에 나왔다. 관객들은 웃음이 터졌고, 관중 모두 하나가 되어, 오늘의 파티를 즐기며 12월의 밤은 그렇게 깊어 갔다. 시종일관 나도 이 파티에 흠뻑 빠져들었고, 모처럼 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이문세가 역시 짱이야 ”돌아오면서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 나이에도 감성이 살아 있으니 누구는 좋겠다.”한다. 나이가 문제인가, 그냥 좋은 것을.

2011 12


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