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는
겨울 한파에 매운맛이 든다고 한다
고통의 위력은
쓸개 빠진 삶을 철들게 하고
세상 보는 눈을 뜨게 한다
훌쩍 봄을 건너뛴 소만 한나절
양파를 뽑는 그의 손길에
툭툭, 삶도 뽑혀 수북히 쌓인다
둥글고, 붉은 빛깔의
매운 시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수확한 생각들이 둥글게, 둥굴게 굴러가는
묵시록의 양파밭.
많이 헤맸던 일생을 심어도
이젠 시퍼렇게 잘 자라겠다
외로움도 매운맛이 박혀야 알뿌리가 생기고
삶도 그 외로움 품을 줄 안다
마침내 그는
그늘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시 산책[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의 기도---정연복 (0) | 2017.11.15 |
---|---|
중년의 가슴에 11월이 오면--- 이채 (0) | 2017.11.15 |
서울 오는 길 ---이재무 (0) | 2017.11.14 |
가을에 당신에게---정호승 (0) | 2017.11.13 |
11월의 노래 --- 김 용택 (0) | 2017.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