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드는 도랑에

      갯버들이 간들간들 피어

      외진 산골짝 흙집에 들었다

 

      새까만 무쇠솥단지에

      물을 서너 동이나 들붓고

      저녁 아궁이에 군불 지폈다

      정지문도 솥뚜?도

      따로 닫지 않아, 허연 김이

      그을음 낀 벽을 타고 흘렀다

 

      대추나무 마당에는

      돌확이 놓여 있어 경칩 밤

      오는 비를 가늠하고 있었다

      긴 잠에서 나온 개구락지들

      덜 트인 목청을 빗물로 씻었다

 

      황토방 식지 않은 아침

      갈퀴손 갈큇발 쭉 뻗은

      암수 개구락지 다섯 마리가

      솥단지에 둥둥 떠 굳어 있었다

 

      아직 알을 낳지 못한

      암컷의 배가 퉁퉁 불어

     대추나무 마당가에 무덤이 생겼다

'시 산책[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맑은 봄날--- 전영애  (0) 2018.03.10
착한후회--- 정용철  (0) 2018.03.07
봄바람 --- 용혜원  (0) 2018.03.05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0) 2018.03.03
꽃은 향기로 말한다---이훈강  (0) 2018.03.03
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