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파란 바다 위에 거센 파도를 맞으며 도도히 서 있다.
섬 봉우리엔 대한민국 국기가 펄럭이고 괭이갈매기 몇 마리가 날고 있는데, 그 아래 작은 바위는 갈래갈래 갈라져 암석 그 자체다. 환한 조명은 태극기를 비추고 있다. 어림잡아 사방 7 ~8미터 크기의 실내에 설치된 독도모형은 독도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다. 둘러보고 있자니 어디선가 파도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3월 초부터 4월 중순까지, 용산구에 있는 국립중앙 박물관에서 <가고 싶은 우리 땅 독도> 라는 제목으로 독도를 알리는 행사가 있었다. 조각을 전공한 큰애가 팀장이 되어 거의 3개월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날을 잡아 가까이 지내는 지인 한 분과 전시장을 찾았다. 나는 때때로 딸애 작품 앞에 서게 되면 정교한 솜씨에 내심 놀라곤 한다. 단체로 온 학생들도 있고 아기까지 안고 온 젊은 엄마도 보이고 관심이 있는 시민이 많았다. 청정해역 깊은 물빛을 보고 감탄하는 사람, 우뚝 솟은 바위를 보며 ‘똑같네!’ 하는 사람, 갈매기 모형을 보고 웃는 사람, 툭하면 자기네 영토라고 우기는 일본을 말하는 사람, 그들은 진지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부끄럽게도 나는 독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울릉도 옆에 작은 화산섬이라는 것과 어느 가수가 부른 ‘독도는 우리 땅’이란 노래를 조금 알고 있을 뿐이었다. 매스컴을 통해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일본을 볼 때마다, 잘 해결이 돼야 할 텐데, 막연히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형으로 본 독도와 울릉도 여행에서 보았던 독도는 내 마음속에 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 “아휴, 저 인간들 왜 또 저래” 나도 모르게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간간이 일본은 독도 문제를 야기(惹起) 시키고 있다. 일본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싣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역사적으로 독도는 한국영토임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학자가 있었다. 자국의 해설서 기술을 개정해야 한다며 백지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나 왜 일본은 그토록 독도를 탐하고 있는지 나는 궁금했다.
평균 기온이 12도인 독도는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라고 한다. 국립해양연구원에서 해저 지형도를 완성한 것은 1999년이고, 독도 인근 해역은 초대형 가스 하이드레이트(메탄 수화물)를 품고 있는 청정지역이라고 했다. 그것은 21세기 석유 액화 천연가스 (LNG)를 대신할 새로운 에너지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물 분자와 가스가 합쳐서 굳어진 고체로 생태 천연가스다. 다만 메탄의 분리가 어렵다고 하는데, 독일에서 수년간 연구한 결과, 하이드레이트 이용은 짧으면 십 년 내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한, 독도는 남해안과 제주도와는 달리 특유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단다. 북쪽의 한류(寒流)와 남쪽의 난류(暖流)가 만나는 곳으로 플랑크톤이 풍부하여 참치 방어, 가자미, 연어병치, 복어, 돌돔, 명태, 오징어, 그 외에도 많은 어류가 살고 있고, 해조류도 소라, 미역, 전복, 홍합, 다시마, 등이 풍성한 황금어장이다. 그래서 그것은 울릉도 어민들의 중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 된지는 오래고, 무한한 자원이 매장되어있는 곳이었다.
“독도가 물도 깨끗하고 자원도 대단한 곳이구나.”
“그 작품은 물이 깨끗하여 물빛에 포인트를 주었어요. 독도는 심해자원이 엄청나거든요. 그래서 일본은 탐을 내고 있는 거고요.”
딸은 저녁을 먹으며 말한다. 수심 2천 미터 지하에 묻혀있는 자원과 청정해역의 어족자원, 그야말로 독도는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다. 순간 이런 독도를 우리 국민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딸의 작품을 보고 나서 독도를 더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박물관에서 했던 그 행사를 지방으로 순회하며 지속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름 모를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고 거센 파도와 비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서 있는 독도, 그 신비의 섬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독도를 바라보는 그 마음을 정관(靜觀)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그것은 고요한 상태에서 그윽한 마음으로 한결같이 의연하게 서있는 독도를 바라보는 마음 상태다. 앙칼진 겨울바람이 파도를 가르는 망망대해 때로는 폭우가 쏟아지고 눈보라가 몰아치기도 한다. 화창한 봄날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작은 섬을 신선의 세계처럼 휘 감는다’ ‘독도 견문록’에 실린 글이다.
울릉군이 매년 10월 25일을 ‘독도의 날’로 제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독도의 날 제정운동은 대한민국 국가 기념일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한다. 속히 결정이 되어 우리 모두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주 망발을 해대는 그들에게 우리 국민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다. 외국 여행도 좋지만, 생성의 비밀을 품고 있는 동해의 파란 바다 앞에 서 보는 것은 어떨까.
아침 해가 찬란하게 떠오르는 동해, 슴새, 바다제비, 황조롱이, 가마우지, 괭이갈매기, 새들이 쉬어 가는 곳, 거친 파도를 맞으며 묵묵히 서 있는 독도를 우리는 굳건히 지켜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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