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란(春蘭)

수필[Essay] 2016. 11. 22. 16:27


                          

  지난해 생일선물로 받은 춘란이 꽃대를 내밀었다.

  “어머, 꽃이 피네”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화초를 기르는 것에 자신이 없는 나는 언제나 꽃 앞에 서면 미안한 마음부터 든다. 선물을 받았을 때도 고맙다는 말은 했으나, 실은 걱정이 앞을 섰다. 그런데 오늘 난이 꽃대를 세우고 꽃술을 쏙 내민 것이다. 가끔 물만 주었을 뿐인데 고맙다.

이른 아침 시흥계곡을 오르는데 함박눈이 내린다. 12월 초, 늦은 감은 있지만 첫눈이다. 잣나무 가지가 눈을 이고 있고 까치는 여전히 아침 인사를 한다. 수채화가 따로 없다. 자연은 늘 이처럼 거대한 그림을 그린다. 산기슭에 있는 배드민턴구장에는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이곳을 ‘삼성카페’라고도 부른다. 난로 가에서 차를 마시며 난이 꽃을 피운다는 이야기를 했다.

“여사님, 좋은 일이 생기려나 보네요. 예로부터 난 꽃이 피면 집안 경사가 생긴다고 하지 않아요.”

“참, 자네는 말도 예쁘게 하네.”

손아래 후배의 말을 듣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그래 경사라, 한번 생각을 해 본다. 올해는 유난히 자잘하게 아팠던 기억이 난다. 옳거니, 막내에게 좋은 짝이 생기려나, 언뜻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집으로 돌아와 난 잎을 닦아주며 ‘우리 집에 피어주어 고맙구나, 그 아우님 말처럼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네.’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나 요즘처럼 살기 어려운 때, 어찌 내 집만 경사가 있기를 바라겠는가,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원을 세우고 이산 저산을 찾아 기도 한다는 어느 등산가도 있는데 집집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해도 이십 여일, 그러저러 저물고 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희망이라는 꽃이 피어 우리 국민 모두 다복(多福)했으면 하는 소망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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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