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아홉 번찌고 

아홉 번 덕었다는 작설차 한 잔

청백 찻잔에 우려 놓고 창을 여는 아침에

 

뼈를 녹이는 통곡으로나 풀릴 듯하던 사연 

말없이 끌어안고  산 것들의 사는 일을 

자락 자락 향기로 피워 내는 산처럼 살고 싶어라 

 

짓무르게 끈적이던 살의 소원

아홉 번 불가마에 구워 옥빛이 서리도록 흰 살로 거듭나 

소슬한 고독을  떨치어 두른 백자처럼 살고 싶어라

 

오뉴월 땡볕에도 녹이지 못한 

추운 운명이 품은 뜻 하나 있는 듯 없는 듯 갈무리하고 

그저 모양새 버리고  흘러 흘러 때를 얻는

물처럼만 살고 싶어라 

 

'시 산책[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소리네 집 꽃밭 --- 권정생  (0) 2024.04.18
고향 시냇가 ---김연수  (0) 2024.04.16
하늘 꼭대기에 달린 이름---슬빈  (0) 2024.03.26
산 식구들 ---김연수  (0) 2024.03.20
너는 눈부신 축복 --- 김연수  (0) 2024.03.06
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