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1월 4일 그해 겨울 붉은 완장이 무서워 도망쳐 나오다
아홉 살 내가 돌아서서 산너머 우리 동네 불바다 바라보고
나 그때 벌 벌벌 떨었습니다.
불타는 아픔보다 더 아픈 피비린내가 토해놓은 아픔
먹구름에 묻혀 산 넘어오는 아우성 그 소리가 왜 그렇게 무섭던지
나 그때 달달달 떨었습니다.
나무기둥 붙잡고 숨 죽여 우는데 그때 붉은 완장이
그때 그 붉은 피비린내가 그때 그 붉은 아우성이 왜 그리도 무섭던지
황해도 토종 사시나무 긴 잎파랑이가
이빨 달달달 부딫치며 나보다 훨씬 더 덜덜덜 떨었습니다
구월산 기슭 그림 같은 우리 집
금방 갈줄 알고 대문도 잠그지 않았는데
죽기 전에 한 번 가보고 싶어
팔십둘 낡은 심장이 지금도 파르르 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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