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하면 나는 강원도 ‘정선아리랑’이 떠오른다.

‘비가 올라나 눈이 올라나 억수 장마질라나

만수산(萬壽 山)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리랑 -아리랑 -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오.’

   

   이렇게 시작되는 정선아리랑은 사람의 간장을 녹이듯 구성지게 넘어간다. 가사를 살펴보면 무척 다양하다. 사랑도 노래했고 쓸쓸함도 호소했고 시름을 달래기도 했다. 민초들의 삶을 그대로 노랫말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슴 깊이 다가온다.

    아침산행을 하는 벗 중에 민요를 전공으로 하는 친구가 있는데, 어찌나 맛나게 잘 부르는지 듣고 있으면 절로 흥이 난다. 가끔 한 대목씩 따라 부르다 보니 나도 그 맛을 조금 알게 되었다. 정선아리랑은 편안한 평음(中音)에서 시작되어 가락은 길게 넘어가는데, 구부리고 흔들고 내지르고 끝소리에 변화를 주는 것이 이 노래의 특징이다. 간혹 청승 끼가 있어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음절 하나하나에 뜻이 있고, 옛사람들의 가슴 속 한풀이에 한몫했다면 더 할 말이 무엇이랴.

   민요 아리랑은 60가지나 된다고 한다. 지방마다 아리랑이 있어 그곳 토양에 맞게 노랫말을 만들었다. 황해도 해주 아리랑, 강원도 정선 아리랑, 경상도 밀양 아리랑, 전라도 진도 아리랑, 경기도는 본조아리랑 등. 그 밖에도 팔도를 대표하는 아리랑이 있고, 긴 아리, 짧은 아리, 그야말로 수없이 많다.

    우선 귀에 익은 것을 살펴보면 경상도 말씨는 격하고 열정적이다. 그래서 밀양아리랑은 조금 억세게 불러야 제 맛이 난다. 세마치장단으로 슬픈 느낌은 없고 그곳 사람들처럼 꿋꿋하고 씩씩한 느낌을 준다. 또한, 평창과 함께 동남부에 자리한 강원도는 험한 산이 많다. 그리하여 그 험준한 산을 오르며 부를 수 있도록 느린 12박이 정선 아리랑이다. 반면에 서둘러 내려와야 할 때는, 바쁜 걸음에 맞는 엮음 아라리의 빠른 박자이다.

‘태산준령 험한 고개, 칡넝쿨 얼크러진, 가시덤불 헤치고.’ 듣고 있으면 정말 단숨에 내려왔을 것 같다. 기름지고 드넓은 호남평야에 진도 아리랑은 자진모리장단이다. 농요로도 불리고 여러 사람이 어울려 놀 때도 즐겨 부르며, 선소리꾼이 두 장단을 메기면 남은 사람이 받는 흥겨운 가락이다. 가사보다 엮음의 묘미가 특색이다.

‘서편제’ 영화를 보면, 화면 가득 청산도 바닷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가 보이고 섬 전체가 푸르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에’ 밭을 따라 쌓은 돌담길을 걸어가며 송화가 선창하면, 후렴을 아버지와 동생이 받았다. 그것이 진도 아리랑이다. 그곳 풍광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그리고 외국인도 잘 따라 부르는 경기도 아리랑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노래이다.

    일제 강점기에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 자신의 이름과 나이, 고향마저도 잊은 그녀가 부르던 노래는 아리랑이었다. 그것은 한국인끼리만 통하는 정서였다. 이토록 애창하는 아리랑은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노래이다.

   아리랑에는 풍자와 해학이 들어 있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엄동설한에 꽃을 본 듯 반가워하라는 얘기다. ‘춥냐 덥냐 내 품 안으로 들어라, 베개가 높고 얕거든 내 팔을 베어라.’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살림엔 수심도 많다. 인생이 살면 몇 백 년 사나 개똥같은 한세상 둥글둥글 사세.’

   가사를 살펴보면 웃음도 나오고 눈물이 나기도 한다. 고달프고 힘든 삶을 아리랑 가락에 담았다. 힘차게 내지르고 부드럽게 풀어주고, 나도 친구와 한가락 부르고 나면 체증이 뚫리는 듯 속이 시원하다. 이래서 민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멋과 맛을 알고 있다. 때마침 우리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아리랑’을 잘 부른다. 나도 어디서 아리랑이 울려 퍼지면 우리는 같은 겨레 같은 사람이라는 자긍심이 우러나온다.

  

  아리랑 -아리랑 -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오.’

  이 땅 어느 곳에서나 부르는 노래 아리랑, 우리는 아리랑과 더불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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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