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면 나도 모르게 노약자석 부터 살피게 된다.
지지난해 간단한 무릎수술을 받고 생긴 버릇이다. 헌데 어김없이 젊은 청년이나 여학생이 앉아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고 있다. 뒷좌석이 비어 있는데도 말이다. 그럴 때 나는 그들에게 속삭인다.
“ 저기요, 무릎이 좀 안 좋아서 그런데, 자리 양보 좀 해 줄래요.”
“ 아! 예 "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이내 자리를 내어주는 청년도 있고, 간혹 얼굴을 찡그리며 마지못해 좌석을 내어 주는 여학생도 있다. 나는 ‘고맙습니다.’ 아니면 ‘고마워요.’ 라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버스는 무릎이 성치 않은 승객을 위해 기다려주질 않는다. <노약자석>은 노인이나 몸이 약한 사람을 위한 전용좌석이다. 그들이 그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어떤 마음으로 앉는 걸까. 아마도 별생각 없이 가까우니 편해서 앉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어쩌다 볼일이 있어 외출을 하게 되면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은 가급적 피한다. 하루 일을 시작하는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 가 봐서이다. 스킨이나 로션 향을 풍기며 정갈한 차림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보면, 지나간 시간들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 짖는다.
가끔은 세월이 단숨에 가버린 것 같은 착각을 한다. 그리고 어느새 노약자석을 찾는 자신을 보고 놀라기도 한다. 누군들 열심히 살지 않았을 까만 일하고 자식 키우고 나니 어느덧 노년에 접어들었다. 마음 같아선 젊은이들에게 노약자 좌석은 비워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대부분 뒷좌석은 비어 있으니 말이다.
며칠 전 버스를 탔는데 얼굴도 잘 생긴 젊은이가 나를 보더니 이내 자리를 내어주고 뒷좌석으로 간다. 나는 또 ‘고마워요.’ 인사를 했다. 그날은 기분이 좋았다. 고맙다는 인사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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