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메리 로버트슨 - 그녀는 모지스 할머니로 불린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화가이다. 1860년에 태어난 그녀는 열두 살부터 15년 정도 가정부 일을 했다. 결혼 후 남편과 버지니아에서 농장 생활을 시작했으며 열 명의 자녀를 출산했지만 다섯 명이 살아남았다. 관절염으로 자수를 놓기 어려워지자 바늘을 놓고 붓을 들었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76세,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그림을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그림은, 어느 수집가의 눈에 띄어 세상에 공개 되었다.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고 98세에 <타임즈> 표지를 장식했으며 ‘존 F케네디’ 대통령은‘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사랑 받는 인물’로 칭했다. 그녀는 101세까지 왕성하게 활동하였으며 1.600백 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 표지 글이다. -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 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 사람들은 늘 ‘너무 늦었어’ 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지금’이 가장 좋은 때입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76세가 되어서야 시작 할 수 있었어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주님은 기뻐하시며 성공의 기회를 열어주실 것 입니다. 때로 삶이 재촉하더라도 서두르지 마세요. 이 책을 쓴 모지스 할머니의 말이다.‘

그녀는 푸른 초원과 숲으로 둘러싸인 워싱턴 카운티의 어느 농장에서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계 이민자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부모님과 형제자매와 열두 해를 사는 동안 아무걱정 없는 행복한 나날이었다고 했다. 동생의 요람을 흔들어주고 어머니에게 바느질을 배우고, 오빠들과 뛰어놀고 숲속을 돌아다니며 꽃을 꺾고, 이런저런 공상에 잠기던 시절을 보냈다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열이나 되는 집, 그때만 해도 아이들한테 별로 신경을 안 쓰던 시절이었는데, 어머니는 방마다 돌아다니며 자녀들이 이불을 잘 덮고 자는지 확인한 후에 잠자리에 드셨고 아버지도 여러모로 챙겨주셨다고 했다.

어느 봄날, 언니 아서와 잔디밭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아름답다는 얘기를 주고받던 날, 언니 아서가 말했습니다.

“천국만큼 아름답다. 천국가면 맛있는 걸 많이 먹고 싶어”

“맛있는 건 없어도 되지만 나는 꽃은 많았으면 좋겠어.”라고 그녀는 말했단다.

초원의 집에서 살던 시절, 아버지는 일요일 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했는데, 날이 좋을 때면 어머니도 함께 했다고 했다. 봄이 오면 들판에서 뛰놀며 꽃을 꺾었으며 어머니는 항상 화단을 가꾸었다고 했다.

큰 폭풍이 몰아닥친 어느 날, 아버지는 외투를 벗어 젖먹이 동생을 감싸주었고 ‘집이 무너지면 작은 과수원으로 뛰어가서 나무하나씩 붙잡고 얼굴을 바짝 대고 있어라’라고 자녀들에게 말했단다. 집은 물이 차올랐고 폭풍은 지나갔는데 어린 시절 기억되는 가장 무서운 사건이었다고 했다.

어느 해인가 아버지가 폐렴에 걸려 집에만 있을 때, 벽에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이 예뻐서 어머니는 더 그려보라고 권했고 아버지는 곳곳에 다양한 풍경을 그렸다고 했다. 그리고 그 벽지는 오래도록 썼다고 했다.

남편을 사랑한 이야기, 버터를 만들어 팔았던 이야기, 아이들이 성홍열을 앓을 때 힘들었던 이야기, 자동차를 처음 보았을 때 이야기, 아기를 사산한 아픈 일들, 자식들이 결혼해 떠난 이야기, 거실을 도배하다가 벽지가 모자라 페인트칠을 하고 호수를 배경으로 양쪽에 나무 한 그루씩 그려 넣었는데 그 그림이 처음 그린 그림이라는 이야기,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뉴욕시에서 초청을 받아 ‘모지스 할머니’로 유명해진 이야기, 백년을 열심히 기쁘게 살아온 그녀의 삶의 순간들을 조근 조근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나는 참 행복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물론 나에게도 시련이 있긴 했지만 그저 훌훌 털어버렸지요. 나는 시련을 잊는 법을 터득했고 결국 다 잘 될거 라는 믿음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녀가 남긴 말이다.

저자가 말했듯이, 그녀는 누군가 사탕을 던져주길 기다리는 여자가 아니라 항상 자기 몫을 하려고 노력하는 바지런한 여인이었다. 솜씨가 좋았고 삶을 사랑할 줄 아는 모지스할머니의 일대기, 읽는 내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