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심천 방서교각에는 활짝 웃는 여인의 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것도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목젖이 다 보이게 웃고 있습니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얼굴이 웃으면 마음도 따라 웃습니다. 또한 얼굴을 찌푸리면 마음도 따라 어두워집니다.”
언젠가 웃음강의 시간에 들었던 말인데 맞는 말이지요. 인간의 뇌는 웃기만 해도 좋은 엔도르핀이 나온다고 합니다. 내 기억 속에 제일 예쁜 얼굴은 아기 웃는 얼굴입니다. 방긋방긋 웃는 얼굴은 말 그대로 천사지요. 손 주들이 태어났을 때, 아가들과 보낸 시간은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웃는 얼굴이 좋지요. 잘 웃는 사람은 더 좋습니다.
누군가를 떠올릴 때, 웃는 얼굴이 생각나면 좋은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생전 웃지 않을 것 같은 얼굴을 보게 되면 무슨 어려운 일이 있나, 주제넘은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가 하면 선하고 밝은 얼굴을 마주하면 내 마음도 밝아집니다.
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대체로 밝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곤 했지만, 내 표정도 때때로 어떠했는지 그 또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나를 보고 자라는 아이들 때문이라도 밝게 살자 다짐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결혼을 늦게 한 막내딸이 손녀를 안겨주었습니다. 나하고 무려 70여 년 차이 나는 띠 동갑인데 어찌나 예쁜지, 표현이 어렵습니다. 지난주에 딸이랑 손녀 사랑이가 다녀갔습니다. 여섯 살이 되어 어린이 집을 다닌다는데. 요즘 배운 노래라고 들려주었습니다.
“하하하 호호호 웃어봅시다. 싱글벙글 웃는 얼굴 정말 예뻐요. 엉엉엉 우는 얼굴, 찡그리고 화난 얼굴 정말 미워요.”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라는데, 가사가 귀엽고 불변의 진리네요. 우리 사랑 이가 웃으며 들려주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행복합니다.
내가 다니는 수채화반 아우님은 성격도 밝고 잘 웃습니다. 어느 때는 발까지 구르며 웃는 모습을 보면 나까지 유쾌해집니다. 잔잔한 미소도 좋지만 온몸으로 웃는 사람을 나는 더 좋아합니다.
소문만복래,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지요.
평생 웃고 만 살 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삶이 그렇게 녹록지가 않습니다. 기쁜 일도 간간이 있었지만, 죽을 만큼 힘든 일도 있었고 삶을 놓고 싶을 때도 있었지요. 구비 구비 넘어온 길들이 아득합니다.
젊은 시절, 예기치 못한 일 때문에, 책임감 때문에, 웃지 못하고 살았던 그 시간들을 이제는 다 흘려버리고 교각에서 웃는 여인처럼 활짝 웃으며 살고 싶습니다.
오늘은 허물없이 지내는 고향동무를 만났습니다. 수년 전에 아들을 교통사고로 먼저 보내고 남기고 간 손자를 잘 키워 냈습니다. 나 역시 일찍 평생친구를 먼저 보내고 딸아이를 키우며 보낸 세월이 수년입니다. 힘들 때마다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살았습니다. 오랜만에 맛난 점심을 먹으며
“친구야, 새해를 맞으며 이제 웃고 사세, 하늘나라 가면 모두 만난다고 하네.”
“그래, 그러자 , 주님께서 지으신 아름다운 세상에서 기쁘게 웃으며 살다 가자”
친구와 나는 서로 마주 보며 웃었습니다.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으리라.
엘라 휠러 윌콕스의 시구 한 구절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