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남에게 마음 닫아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엔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 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 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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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 행동하며 본능대로 사는 인간들

우상앞에 엎드리며 음란에 바진 더러운 세상


탄식소리 하늘 찌를 때 희망의 불 밝히려

흑암의 세상에 빛으로 임마누엘 하신 예수님


어두움 밝히는 촛불이되어 십자가 위에서 보혈 흘렸네

영생을 선물로 주시니  그 은혜 어찌 다 갚으리요


천번을 불러도  천 만번을 불러도 고맙고 감사한 그 이름

예수그리스도 나의 구세주, 탄생하신 이날 영광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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솨 - 아 바람이 분다.

드넓은 평야에 키가 큰 호밀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열한 살 자리 꼬마는 눈을 감고 그 움직임의 소리를 음악으로 듣고 있다. 그리고 이내 양팔을 벌려 지휘를 한다. 지그시 눈을 감은 소년의 얼굴은 마치 달콤한 꿈속을 거니는 듯 행복해 보인다. 시네라마로 다가오는 밀밭과 소년, 자연을 배경으로 한 영상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밴드 싱어이자 기타리스트인 아빠와 첼리스트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특별한 음의 감각을 가진 소년 어거스트, 부모의 신분 차이로 외조부에게 버려져 보육원에서 자라게 된 아이는, 입양을 거부하고 엄마 아빠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기차를 탄다. 레일 위를 달리는 바퀴 소리도 음악으로 듣고 주변에서 들리는 잡음까지도 곡(曲)으로 듣는다. 음악의 천재성을 가진 아이는 우여곡절 끝에 ‘뉴욕오케스트라’를 지휘하게 되고, 마침내 공연장에서 애타게 그리던 가족을 만난다. 밀밭에서 바람 소리를 지휘하던 소년은 청중을 향해 지휘봉을 힘차게 휘젓는다. 며칠 전에 본 ‘어거스트 러쉬’라는 영화 내용이다. 줄거리는 단편 소설을 보는 듯했지만, 내 가슴에 감동으로 남아있는 것은, 11세 소년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음악으로 듣고 있는 것이었다.

잎들이 반짝이는 봄, 요즘에 내가 듣는 음악은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이다. 워낙 유명한 곡이지만, 다시 한 번 음미하며 들어보니 느낌이 새롭다.

‘신 나는 봄이 와

새들은 흥겨이 노래하며 반기고

냇물은 산들 바람 실어

도란도란 흘러간다.’

유럽 서정시 소네트가 곡을 소개하는 글에 쓰여 있다. 봄 1악장 빠르기를 지시하는 알레그로, 곡은 마치 맑은 호수에서 영롱한 물방울이 마구 튀어 오르는 듯 생동감이 느껴진다. 찬란한 봄의 기쁨이 표출되어있고 생명이 숨 쉬는 움직임이 들리는 것 같다. 세상의 모든 만물이 깨어나는 봄, 아름다운 음률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간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클래식이 우연히 만난 한 편의 영화 덕분에 무지했던 귀가 열린다.

내 스승님은 클래식을 즐겨 들으셨다. 브람스, 베토벤, 바흐, 쇼팽, 모차르트, 음반을 바꾸어 걸어 드리면서도 건성으로 들었다.

“음악을 듣다 보면 그들의 영혼과 만나는 것 같아”

곡을 들으시며 이야기하셨을 때도 나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정말 무식꾼 그 자체였다.

초여름으로 가는 유월, ‘로테르담 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이 있다는 소식에 나는 작정을 하고 집을 나섰다.

세종 문화회관 대 강당, 객석을 메운 청중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윽고 젊은 지휘자 ‘야닉’이 무대로 나와 인사를 한다.

연주하는 곡은 구소련의 음악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이다. 악기를 안고 70여 명의 단원이 준비를 하고 있다. 드디어 1악장 서곡이 흐른다. 화려한 선율의 바이올린, 차분한 음색의 비올라, 중후한 여운을 남기는 콘트라베이스, 저마다 악기가 내는 음색에 나는 놀라고 있었다. 경쾌한 왈츠는 우아하게 춤을 추는 남녀 한 쌍이 그려졌다. 때로는 커다란 산이 다가오는 듯 장대하고, 때로는 높은 파도가 질풍노도 하며 달려오는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강렬하고 부드럽고 그런가 하면 플루트의 맑고 깨끗한 소리는 깨어나는 아침 숲으로 나를 안내한다. 이어 새들의 노랫소리에 내 마음은 더없이 평화로워졌다.

지휘봉을 든 야닉은 음을 따라 크고 작게 온몸으로 청중을 사로잡는다. 신비스런 현악기에 도취하여 시종일관 나는 눈을 감고 감상을 했다. ‘로테르담필하모니’의 탄탄한 연주는 너무도 완벽한 앙상블이었다.

오늘 연주되었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은, 투쟁에서 승리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데, 1937년 발표한 곡으로 ‘스탈린의 압제에 대한 쇼스타코비치의 대답 이었다’라고 해설이 되어있다. 4반세기를 독재적으로 통치하던 시기, 개인의 자유를 말살하고 소련을 핵시대로 이끈 그 암울했던 시대적 배경이 작품 속에 녹아 있었다. 정치적 공포감, 애수에 찬 번뇌와 침통함이, 그런가 하면 다시 희망과 기쁨, 그 모든 것이 4악장에 걸쳐 표현되었다. 마치 인생의 모든 역정(歷程)이 곡속에 다 들어있는 것 같았다. 두 시간 공연에서 나는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있었다. 인간의 마음과 여린 감성까지도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클래식, 그 마법과도 같은 곡을 만든 음악가들은 일찍이 자연의 숨소리를, 아니 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음악으로 듣고 있었다. 앙코르곡까지 듣고 자리를 떠나며 그들의 영혼과 만나는 것 같다고 하셨던 내 스승님의 말씀이 무슨 의미였는지 나는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음악은 항상 우리 곁에 있어요. 마음만 활짝 열기만 하면 돼요.”

음악을 사랑한 소년 어거스트, 그 꼬마가 한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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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봄에서 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을 비바람 땡볕으로 익어 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버리면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운 줄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 거여


주님을 모시듯 밥을 먹어라


햇빛과 물과 바람 농부까지 그 많은 생명
신령하게 깃들어 있는 밥인데


그렇게 남기고 버려버리면
생명이신 주님을 버리는 것이니라


사람이 소중히 밥을 대하면
그게 예수 잘 믿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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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여름이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가 아일랜드의 전통춤인 ‘아이리시 댄스’를 보게 되었다. 동(動)적인 것을 좋아해 그런지, 그 춤은 나를 단박에 사로잡았다. 체격이 건장한 남자 댄서 삼십여 명이 삼 층 계단식으로 꾸며진 무대에서 같은 동작으로 춤을 춘다. 상체는 움직이지 않고 발만 움직인다. 빠른 템포에 마룻바닥을 구르는 탭댄스, 그 모습은 경쾌하다 못해 박진감마저 느껴졌다.

아일랜드는 유럽의 북서쪽에 있는 큰 섬이다. 호기심에 그 나라 지형을 찾아보니 이 섬은 그 옛날 얼음에 덮여 있었다고 한다. 추운 지방일수록 발을 구르는 춤이 발달하였다고 하더니 이곳도 그런 모양이다. 어찌나 경쾌하던지 나이를 잊고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해가 바뀐 지 며칠 된 연초, 세종문화회관 대 극장에서 ‘아이리시’ 댄스공연을 한다는 문구가 방송 자막으로 나왔다. 문의를 해보니 아일랜드 전통댄스와 민속 음악을 바탕으로 한 '춤의 영혼'이란 집단이란다. 모처럼 볼 기회가 왔는데, 입장료가 만만치가 않다. 친구를 불러낼까, 아니면 언니와 동생을 불러 함께 할까, 궁리를 하던 차에 시집간 딸의 말이 떠올랐다. 이번 생일 때 무엇을 해 드리면 좋으냐는 물음이었다. 조금 부담은 되겠지만 내 의중을 말하기로 했다. 

"아일랜드 댄스가 보고 싶어, 그런데 입장료가 만만찮네."  

"엄마가 보고 싶다 하시면 해 드려야지요." 하며 호호 웃는다.

인터넷으로 딸은 예매를 했고, 직장에 나간 가족들은 조금 일찍 퇴근을 했다. 우리는 공연시간을 여유 있게 두고 집을 나왔다. 운전은 사위가 하고 딸들은 뒷자리에서 댄스 이야기를 한다. 모처럼 색다른 나들이에 조금씩 들뜬 것 같았다. 하긴 나도 십여 년 만의 걸음이다. 강당 입구에는 주먹을 불끈 쥔 춤동작 사진이 시선을 끌었다. 이 층으로 올라가 좌석을 찾았을 때는 객석은 빈자리가 없었다. 순간, 우리 민족도 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무대 배경은 아일랜드 켈트족 전통 문양이다. 무대를 비추는 조명이 켜지자 마치 딴 세상에 온 듯 현란하다. 이윽고 감미로운 댄스곡이 연주되고, 보석이 반짝이는 흰 드레스의 여인과 검은 정장의 남자가 짝을 지어 미끄러지듯 왈츠를 춘다. 그리고 뒤이어 삼십여 명의 남자 댄서들이 등장을 했는데 빨간 티에 당당한 체격이다. 방송에서 보았던 그 발놀림을 여기서 본다.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정확하게 움직이는 탭댄스는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관중은 리듬에 맞추어 손뼉을 치고 나도 자꾸만 발을 구르게 된다. 

탭댄스는 흑인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추었던 춤으로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자기들의 방식으로 발전시킨 것이 지금의 탭댄스라고 한다. 품격이 느껴지는 아르헨티나 탱고, 관능을 과시하는 라티노 살사, 고전발레, 레이스가 나풀대는 빨간 드레스에 발 구르기와 손뼉을 함께 치며 돌아가는 훌라맹고 춤은, 즉흥적인 열정을 토해낸다. 고난도의 테크닉과 완벽한 조화에 나는 소름이 돋았다.  <탭댄스와 다양한 모던 댄스와의 환상적인 만남> 이라고 춤을 소개한 문구가 과장된 것은 아니었다. 모처럼 댄스파티에 빠져 즐거워하는 딸들을 보니 나는 문득 옛일이 떠올랐다.

80년대 초, 시골에서 갓 올라온 촌(村) 댁은 어린이날 하루는 하던 일을 접고 이 강당을 찾았었다. 연극은 아이들의 정서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고 무엇보다도 기죽이지 않고 키워야겠다는 야무진 속내가 있었다. 생각하면 웃음부터 나온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엄마, 옛날 생각나네요."

내 표정을 읽었는지 큰애가 말한다. '파랑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추송웅 씨,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기저귀를 찬 아기로 분장하고 연기하다 무대에서 떨어져 관중을 웃겼던 일, 오즈의 마법사에서 마녀로 분장한 윤복희 씨의 가창력과 리얼한 연기, <피터 팬> < 백설공주> < 헨젤과 그레텔> 다들 용케도 기억했다.

"어머님 덕분에 춤의 진수를 감상했습니다."

"나도 댄스파티에 초대해주어 고맙네."

음악을 좋아하는 사위가 흡족한 표정이다. 극장을 나오니 막내가 기념 촬영을 한번 하자고 한다. 커다란 포스터 앞에 사위는 주먹을 치켜들고 딸은 왈츠 춤을 추듯 스커트 자락을 잡는다. 우리는 폭소를 터트리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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