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나무들 날 보고 멀리서부터 우쭐대며 다가온다 언덕 위 키 큰 소나무 몇 그루 흰구름 한두 오락씩 목에 걸은 채 신나게 신나게 달려온다 학들은 하늘 높이 구름 위를 날고 햇살은 강물 위에 금가루를 뿌리고 땅 위에 가득 찬 5월은 내 것 부귀도 仙鄕도 부럽지 않으이.
허전하고 우울할 때조용히 생각에 잠길 때어딘가 달려가 닿고 싶을 때파란 하늘을 볼 때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둥 떠가면 더욱더저녁노을이 아름다울 때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둥근 달을 바라볼 때무심히 앞산을 바라볼 때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빗방울이 떨어질 때외로울 때친구가 필요할 때떠나온 고향이 그리울 때이렇게 세상을 돌아다니는 내 그리움의그 끝에당신이 서 있었습니다.
혼자 몰래 마신 고량주 냄새를 조금 몰아내려
거실 창을 여니 바로 봄밤,
하늘에 달무리가 선연하고
비가 내리지 않는데도
비릿한 비 냄새
겨울 난 화초들이 심호흡하며
냄새 맡기 분주하다
형광등 불빛이 슬쩍 어두워진다
화초들 모두 식물 그만두고
훌쩍 동물로 뛰어들려는 찰나!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또 다시 당신 앞에 해마다 이맘때쯤 당신께 바치는 저의 기도가 그리 놀랍고 새로운 것이 아님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마음의 얼음도 풀리는 봄의 강변에서 당신께 드리는 저의 편지가 또다시 부끄러운 죄의 고백서임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살아 있는 거울 앞에 서듯 당신 앞에 서면 얼룩진 얼굴의 내가 보입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저의 말도 어느새 낡은 구두 뒤축처럼 닳고 닳아 자꾸 되풀이할 염치도 없지만
아직도 이 말 없이는 당신께 나아갈 수 없음을 고백하오니 용서하소서
주님!, 여전히 믿음이 부족했고 다급할 때만 당신을 불렀음을 여전히 게으르고 냉담했고 기분에 따라 행동했음을...여전히 저에겐 관대했고 이웃에겐 인색했음을 여전히 불평과 편견이 심했고 쉽게 남을 판단하고 미워했음을 여전히 참을성없이 행동했고 절제없이 살았음을 여전히 말만 앞세운 이상론자였고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였음을 용서하소서 주님,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으라 하셨습니다 이 사십 일만이라도 거울 속의 저를 깊이 성찰하며 깨어 사는 수련생이 되게 하소서 이 사십 일만이라도 저의 뜻에 눈을 감고 당신 뜻에 눈을 뜨게 하소서 때가 되면 황홀한 문을 여는 꽃 한 송이의 준비된 침묵을 빛의 길로 가기 위한 어둠의 터널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저의 잘못을 뉘우치는 겸허한 슬픔으로 더 큰 기쁨의 부활을 약속하는 은총의 때가 되게 하소서 재의 수요일 아침 사제가 얹어 준 이마 위의 재처럼 차디찬 일상의 회색빛 근심들을 이고 사는 저 참사랑에 눈뜨는 법을 죽어서야 사는 법을 십자가 앞에 배우며 진리를 새롭히게 하소서 맑은 성수를 찍어 십자를 긋는 제 가슴에 은빛 물고기처럼 튀어 오르는 이 싱싱한 기도 “주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 하소서”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敎會堂) 꼭대기
십자가(十字架)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鐘)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幸福)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十字架)가 허락(許諾)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4월... 복사꽃 피고
살구꽃 피는 곳
너와 함께 뛰놀며 자라난
푸른 보리밭에 남풍은 불고
젖빛 구름
보오얀 구름 속에 종달새는 운다.
기름진 냉이꽃 향기로운 언덕.
여기 푸른 밭에 누워서 철이야
너는 늴늴늴 가락 맞춰 풀피리나 불고
나는 나는
두둥실 두둥실 붕새춤 추며
먹쇠와 돌이와 복술이랑 함께
우리 우리 옛날을
옛날을 뒹굴어 보자.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저녁때
돌아 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때
혼자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세상 살아가는 일많이 복잡한 것 같아도나이 육십 코앞에 두고이제 알겠다인생이란 본디마음 농사 짓는 일 보이지 않는 마음 하나잘 가꾸어 가는 일이라는 걸.사랑과 우정삶의 기쁨과 행복과 보람따뜻한 이해와 용서도결국 마음의 일이 아닌가.쏜살같이 흐르는 세월에이제 얼마쯤 남았을 나의 생 거추장스러운 것미련 없이 가지치기하고그저 마음의 집 하나정성껏 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