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내가 어렸을 그 옛날같이.

초롱불 밝히며 눈길을 걷던
그 발자욱 소리, 지금 들려온다.

오, 그립고나, 그 옛날에 즐거웠던,
흰 눈을 맞아가면서
목소리를 돋우어 부르던 캐럴

고운 털실 장갑을 통하여, 서로
나누던 따사한 체온.

옛날의
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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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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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수태 사실을 알려주는 장면

숭고한 순간 은혜롭게 그려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 프라 안젤리코

도미니코 수도사가 되면서 '기도 디 피에트로' 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수도원에 있으면서 청빈하고 겸손하며 신심이 깊어 '축복받은 천사'로 불릴 만큼 존경을 받았다.

 

                                                                출처: 국민일보

Posted by 물오리

 

                              

                                12월 저녁에는

                             마른 콩대궁을 만지자

 

                             콩알이 머물다 떠난 자리 잊지 않으려고

                             콩깍지는 콩알의 크기만한 방을 서넛 청소해두었구나

 

                             여기다 무엇을 더 채우겠느냐

                             12월 저녁에는

                             콩깍지만 남아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늙은 어머니의 손목뼈 같은 콩대궁을 만지자 

Posted by 물오리


 

고개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을 주웠다

국보 제20호를 줍는 횡재를 했다

석존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땅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을


두발 닿는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어깨 치고 지나가는 행인 중에 석존이 계셨는가

고개만 떨구면 세상은 아무 데나 불국정토 되는가


정신차려 다시 보면 빼알간 구리동전

꺾어진 목고개로 주저앉고 싶은 때는

쓸모 있는 듯 별 쓸모없는 10원짜리

그렇게 살아왔는가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