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잎을 주지 마십시오.
연록빛 날개로 잠시 날아오를 뿐
곧 스러질 잎사귀일랑 주지 마십시요.
제 마른 가지 끝은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졌습니다.
더는 쪼갤 수 없도록.
여기에 입김을 불어 넣지 마십시오.
당신 옷깃만 스쳐도
저는 피어날까 두렵습니다.
다시는 제게 말 걸지 마십시오.
나부끼는 황홀 대신
스스로의 棺이 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제 뿌리를 받아주십시오.
부디 저를 꽃 피우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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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김용택

시 산책[Poem] 2018. 1. 30. 20:27

 

 

방을 바꿨다

한 개의 산봉우리는 내 눈에 차고

그 산봉우리와 이어진 산은 어깨만 보인다.

강과 강 건너 마을이 사라진 대신

사람이 살지 않은 낡은 농가가 코앞에 엎드려 있다.

 

텅 빈 헛간과 외양간, 분명하게 금이 간 슬레이트 지붕,

봄이 오지 않은 시멘트 마당에

탱자나무 감나무 밤나무 가지들이 바람에 뒤엉킨다.

 

봄이 아직 멀었다.

노란 잔디 위에서 떠드는 아이들 소리가 등 뒤에서 들린다.

계절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늘 햇살을 한 짐 씩 짊어지고 뛰어다닌다.

방을 바꿨다.

                                            방을 바꾼다고 금세 삶이 바뀌지 않듯

 

풍경이 바뀐다고 생각이 금방 달라지진 않는다.

눈에 익은 것들이 점점 제자리로 돌아가고

                                          그것들이 어디서 본 듯 나를 새로 보리라.

  날이 흐려진다.

비 아니면 눈이 오겠지만

아직은 비도 눈으로 바뀔 때,

나는 어제의 방과 이별을 하고

다른 방에 앉아

이것저것 다른 풍경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나도 이제 낡고 싶고 늙고 싶다.

어떤 이별도 이제 그다지 슬프지 않다.

덤덤하게, 그러나 지금 나는 조금은 애틋하게도, 쓸쓸하게

새 방에 앉아 있다.

산동백이 피는지 문득, 저쪽 산 한쪽이 환하다. 아무튼,

 

아직 봄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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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설 스며든 산길
외로운 겨울새 함께
바람되어
이데로 머물고 싶다.

멀리서 들려오는
겨울새 울음
순결한 발자국 남기며
겨울산 겨울새 되어
흰눈 젖은 산길을
헤매이고 싶다.

잔설 녹아내리는
산길 따라
걷노라면
내 발자국만 외로워
겨울산
겨울새 되어
이대로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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