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젊었을 때 무정하다 소리 간혹 들었지
남자가 그러면 그러려니
여자가 그러면 그럴 리가
그늘 따라 움직이는 마음이 무정인가 싶어
가지 성긴 나무 아래서 게으르게 놀았지

나 나이 들어 다정하다 소리 간혹 들었지
어른이 그러면 그러한가
아이가 그러면 정말 그러한가
뼈를 따라 움직이는 손이 다정인가 싶어
메마른 연인의 등 위에서 철없이 놀았지

나 이제 무정도 다정도 아닌 병에 걸려
백주에 우산 쓰고 앉아 지나는 사람들에게
그래 나 미쳤다 시비나 걸고 싶고
그러다 아는 이 만나면
손잡고 영화나 보러 가자 애원하고 싶고

누군가의 얼굴은 아득하고
누군가의 손은 스산하고
둘이 만나 조용히 등 맞대는 일이 인연이라며
백 살 먹은 현자마냥 눈매가 고와지면 좋겠고

나 오늘 문득 떠올리지
비탈에서 집으로 기운 키 큰 은행나무를
친구들과 도끼로 찍던 날
쇠와 나무를 한꺼번에 정복한 날
잘린 둥치에 서로의 이름을 새겨 넣고
다 함께 함성을 질렀지

아아, 나의 그리운 옛 친구들
누구는 아토피에 걸려 살고
누구는 유토피아를 꿈꾸다 죽고

나 오늘 무정도 다정도 아닌 마음으로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친구에게
손편지를 정성스레 쓰노라면
손마다 하나하나
빈 들의 아기 무덤처럼 한없이 슬쓸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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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여호와여 내가 주께 대한 소문을 듣고 놀랐나이다.

여호와여 주는 주의 일을 이 수년 내에 부흥하게 하옵소서

이 수년 내에 나타내시옵소서

진노 중에라도 긍휼을 잊지 마옵소서

 

하박국  3장 2절

 

하나님 앞에 질문한사람, 그리고 그 답을 얻어낸 사람 선지자 하박국

진심으로 하나님을 알고 함께 한 선지자 하박국

하박국 -  포옹하다 뜻

 

새벽예배 설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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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당신의 눈동자
내가 오래 바라보면 한 쌍의 신(神)이 됐었지

당신의 무릎
내가 그 아래 누우면 두 마리 새가 됐었지

지지난밤에는 사랑을 나눴고
지난밤에는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볼 때
어제까지 나는 인간이 확실했었으나

오늘은 잘 모르겠어

눈꺼풀은 지긋이 닫히고
무릎은 가만히 펴졌지

거기까지는 알겠으나

새는 다시 날아오나

신은 언제 죽나

그나저나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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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맑은 목소리로-

 

권정생 선생님이 하늘로 가신지 다섯 해가 되었다.

그동안 주인 없는 오두막은 좀 더 낡아졌겠고, 선생의 유해가 뿌려진 빌뱅이언덕은 비바람에 얼마간 더 낮아졌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모질지가 못해서 선생의 빈자리를 자꾸만 넓히려들고 그리움의 깊이를 자꾸만 더 하려든다. 풀이 우북하던 마당은 수많은 발걸음으로 반들반들 해졌고, 빌뱅이 언덕에는 또렸한 길하나가 생겨났다.            - 머리말을 대신하여 -

 

어릴 때 권정생선생님의 집은 어둡고 음산했다고 했다. 일본 도쿄의 변두리 시부야의 셋집, 어머니는 삯바느질을 했단다. 한 바늘 한 바늘 바느질을 하시며 어머니는 들릴 듯 말 듯 한 구슬픈 목소리로 타령을 부르셨고 집안은 온통 어둡고, 뒤란 함석지붕 위 낡은 틈 사리로 겨우 햇빛이 스며들어 와 어머니 무릎을 밝혀주었다고 했다. 거리 청소부였던 아버지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헌책을 가려내어 뒤란 구석에 쌓아놓으셨는데 그 곰팡내가 나는 쓰레기에서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고 혼자 글을 익히고 세상을 배웠다고 했다. < 이솝이야기, 행복한 왕자, 빨간 양초와 인어, 달밤의 전봇대> 그때 읽은 동화들은 머릿속에 깊숙이 들어가 자리를 잡았단다.

 

도쿄의 폭격으로 그 셋집마저 잃어버리고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고 했다. 두 형은 일본에 남고 어머니와 큰누나 동생과 나, 네 식구는 청송 외가댁에서 살았단다. 어머니는 약초를 캐서 팔고 여름에는 품을 팔았고 일이 없는 겨울에는 자루하나를 메고 동냥을 나가셨다고 했다. 1964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듬해 아버지가 세상을 뜨셨단다.

 

일직교회 문간방에 들어와 있게 된 것은 1968년 2월, 민들레꽃과 강아지 똥은 그시기에 운명처럼 가슴에 심어 졌다고 했다. 아침에 보리쌀 두 홉을 냄비에 끊여 숟가락으로 세 등분을 해 놓고 저녁까지 나눠먹었단다. <강이지 똥 >은 50일간의 고통 끝에 완성되었다고 했다. 당선 통지가 배달되고 상금 만원을 받았단다. 그 돈에서 오 천 원은 새끼 염소 한 쌍을 샀단다.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 무명저고리와 엄마> 는 3년이 걸린 작품이고 생각나는 대로 종잇조각에 적어둔 것을 원고지에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마감 한 주일 전에 보내면서 당선은 생각지도 않았단다.

“아저씨 전보 왔니더”

결핵 환자였던 권정생선생은 전보 쪽지를 받고 흥분해서 심한 각혈을 했다고 했다.

‘나의 동화는 슬프다. 그러나 절망적인 것은 없다. 어른들에게도 읽히는 것은 아마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체험한 고난을 주제로 썼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가슴에 맺힌 이야기가 있으면 누구에겐가 들려주고 싶듯이 그렇게 동화를 썼는지도 모른다.’라고 하셨다.

 

누가 복음 16장에 나오는 거지 나사로를 알고부터 세상을 보는 눈을 달리 했단다. 천국이라는 것, 행복이라는 것,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여태까지와는 거꾸로 보게 되었고, 다섯 살 때 환상으로 본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의미도 조금씩 알게 되었고 했다. 그리스도를 믿는 것은 가장 인간답게 사는 것이며 사람을 사랑해 본적이 없어서 외로운 만큼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하셨다. 지식이란 사람에 따라 선하게 쓰일 수도 있고 나쁘게 이용될 수도 있어서 많이 배운 사람이라고 더 훌륭하고 착한 것은 아니지 않는 가. 라는 말씀이다.

 

<하느님 아버지, 참으로 들꽃은 착하고 아름답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착한 것은 들에 피어나는 작은 꽃들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 빌배산 밑 외딴집에 홀로 살고 있는 저도 즐겁고 아름다운 얘기를 쓸 수 있게 해 주십시오. >

-처음으로 하느님께 올리는 편지 중에서 -

 

나의 동화 이야기, 열여섯 살의 겨울, 아낌없이 주는 나무,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사람들, 시를 잃어버린 아이들, 쓰레기를 만드는 사람들, 가난한 예수처럼 사는 길, 그릇되게 가르치는 학부모들, 평화란 고루 사는 세상 , 자연과 더불어 크는 아이들, 새벽종을 치면서. 책은 3부를 나누어 있다.

 

‘권정생 선생님은 일직교회 문간방에서 종지기로 사셨다. 빌뱅이 언덕에 뿌려진 선생의 유해는 이제 자연으로 돌아갔다. 우리 곁에 빌뱅이 언덕이 새롭게 찾아 왔다. 그를 사랑하는 많은 독자들에게 이 책이 그리움을 비빌 언덕으로 자리 하기를 바란다.’ - 시인 안상학 씨의 글이다.-

 

Posted by 물오리

 

 

실어다 뿌리는 바람조차 시원타
솔나무 가지마다  새촘히 고개를
돌리어 삐둘어 지고----------''
밀치고 밀치운다

이랑 넘는 물결은
폭포처럼 피어 오른다
해변에 아이들이 모인다

찰찰 손을 씻고 구보로
바다는 자꾸 설워 진다.
갈매기의 노래에- - - - - - "

돌아다 보고  돌아다 보고
돌아가는 오늘의 바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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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