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이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

기록되었으되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 지어다 하셨느니라

 

베드로전서 1장 15 ~16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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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그림 속에 수선화는 수줍게 웃고 있다.

진녹색 화분에서 막 피어난 열두 송이, 연노랑 꽃잎에 진노랑 꽃술은 볼 때마다 청초하다. 봄이면 이르게 피어 봄을 부르는 꽃이라고도 하는 수선화, 꽃말도 신비 고결이다. 아침마다 만나는 이 수선화의 신선함으로 나는 하루를 시작한다.

달포 전, 난생처음 그림 한 점을 샀다. 그림은 수채화가 박정희 선생님의 작품이다. 이 어른은 오 남매를 키우며 쓴 ‘사랑의 육아 그림일기’로도 널리 알려진 분이다. 지난 년 초, 텔레비전 방송에서 ‘박정희 할머니의 수채화 인생’이란 제목으로 선생님의 일상을 다룬 이야기가 한 시간여 방영이 되었다.

한글 점자를 창안하신 송암(松庵) 박두성 선생의 둘째 따님이고, 경성 여자 사범학교를 나와 인천 공립학교에서 교사를 역임하였으며, 수채화 공모전에 특선과 입선을 하여 특별전시 20여 회 출품하였다고 했다. 현재 인천 동구 화평동에 있는 ‘평안수채화의 집’에서 제자들과 그림수업을 하신다.

그동안 ‘점자도서관 건립조성’을 위해, ‘인천 맹인 복지회관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개인전을 여러 차례 열었고 지금도 그림으로 얻는 수익금 일부는 그들을 위해 쓰고 있다. 올해 연세 90이시다. 야외로 스케치 떠나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신다. 소소한 일에도 기뻐하시고 작은 일에도 까르르 웃으신다. 매사를 감사하며 사시는 모습은 방송을 보는 내내 유쾌했고 나에겐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인생 가을이라는 이 나이에도 나는 기분 따라 감정조절이 어려울 때가 있다. 부단히 노력하는 데도 예기치 않게 불쾌한일이 생기면 마음은 파도를 친다. 두어 숨 둘러 쉬고 사건을 들여다보면 조용히 해결될 일을 서둘러 판단하고 그래서 상처를 주고받는다. 지혜롭게 처신하지 못하는 미숙함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아니면 이웃을 때때로 힘들게 한다. 어떻게 하면 속 깊게 잘 늙어 갈 수 있을까, 그것이 늘 마음속에 숙제로 남아 있었는데, 모든 것을 감사와 사랑으로 일관하시는 선생님의 일상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그 마음을 보고 싶었다.

꽃 잔치가 열리는 4월, 인천행 전철을 탔다. 일층 화실에서 선생님은 반갑게 맞아 주셨다. 마침 막 피어나는 목련 한 다발을 함지에 담아 놓고 제자들과 스케치를 하고 계셨다. 작은 체구에 웃음 짓는 얼굴은 소녀처럼 해맑으시다. 첫아기를 낳고 너무도 기쁘고 감동적이어서 그림일기를 쓰게 된 이야기,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 ‘야마 구찌’라는 일본 여선생님이 ‘너는 그림을 꽤 잘 그린다.’ 이 한마디가 선물이 되어 그림을 그리게 된 이야기, 그리고 점자를 창안하신 아버님이야기를 해 주셨다.

“1923년, 당시 친척이나 친구들은 왜 맹인들 속에서 지내느냐고 아버지께 말들을 많이 했어요. 그러나 앞을 못 보는 맹인을 보면 그냥 측은해, ‘가여워라,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하나?’ 늘 그러셨어요. 결국, 당신의 뜻을 펼치고 가셨지요. 저도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고 있어요.”

보여주시는 사진 속에는 그 당시 교실에서 바지저고리를 입은 맹인 청년들이 점자를 배우고, 박두성 교장 선생님 참관 아래 모형으로 해부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또 하나의 사진에는 부인 김경내 여사의 도움을 받아 성경전서를 원판으로 제작하는 광경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신 모습이 몇 장의 사진에 모두 담아 있었다.

정오가 되면 생활뉴스를 진행하는 이창훈 시각장애인 앵커가 있다. 점자를 손으로 읽으며 차분하게 뉴스를 전달하고 있는데, 얼굴에는 편안함과 자신감이 엿보인다.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듣는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고 싶다.’라고 그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올해는 시각장애인 여교사 두 분이 탄생했다. 안내견의 도움을 받아 출근하는데, 국어교사인 강신혜 선생님과 영어를 가르치는 김민경 선생님이다. 시각장애인으로 처음 일반학교에 교사가 되었다고 했다. 선생님 부임 후, ‘아이들이 공부만이 아니라 인성교육에서 긍정적인 배움을 얻는 것 같다.’라는 부모들의 전화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이 멋진 선생님들의 소식을 들으며 나는 시각장애인을 사랑하셨던 송암 박두성 선생님의 큰 뜻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삶은 사랑이 전부예요. 하나님께서 지휘하신 나의 생애는 너무나 행복했다고 생각해요. 부모 형제 그리고 이웃들에게 넘치도록 사랑을 받았고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은 물려받지 않았지만, 건강하고 아름다운 정신과 육체를 받았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내 생애가 멀지 않았음에도 너무도 편안한 지금, 소원컨대 건강하게 즐겁게 지내다가 마지막 날을 맞이했으면 합니다. 함께 살아주고 보살펴준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 그리고 손자들에게도 고마웠다고 인사하며 잠들고 싶어요.”

목련꽃 채색을 하시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리고 온 생애를 사랑으로 살아오신 선생님은 따듯하고 인자한 분이었다.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셨고 검소하며 즐겁게 생활하시는 선생님, 나는 존경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산색이 짙어가는 계절, 이제 나도 많이 사랑하고 좀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 선생님처럼 아름다운 사람으로 늙어가고 싶다.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워요. 사랑하며 기쁘게 살아야지, 마음먹으면 얼굴이 달라집니다.”

배웅해 주시며 해주신 말씀이다. 오늘도 내방에 걸린 수선화 그림 속에는, 미소 짓는 선생님의 환한 얼굴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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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싱겁게 먹기

수필[Essay] 2016. 11. 26. 19:22

점심시간에 나온 음식은 싱싱하고 깔끔했다.

채소와 과일, 견과류가 넓은 그릇에 담겨 있고 잡곡밥과 무청 시래깃국에 살짝 구운 연어도 있다. 종류는 다섯 가지인데 우선 자연 그대로의 색이 살아 있어 미각을 자극했다. 먹을 만큼 접시에 담아 연어 한 조각을 입에 넣었는데 거의 간이 없다. ‘아 유, 싱거워라.’내입에서 나온 한마디다. 이곳에 차려진 음식은 친환경 식단으로, 인공조미료와 트랜스지방을 사용하지 않은 음식이라는데 먹기 어려울 정도로 싱거웠다. 테이블에는 30분 걸려 내려가는 모래시계가 있고, 그 옆에 있는 메모지를 보니 30분 먹고, 30번 씹고, 30가지를 먹으라는 글이 적혀 있다. 우리는 천천히 이 신선한 음식을 음미하며 먹기 시작했다. 이곳은 나무가 울창한 심심산골이다. 한여름에도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고, 영상도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오로지 자연과 하나가 되는 마을이다.

6월 초, 오랜 세월 정을 나누며 지내는 지인들과 며칠간의 일정으로 이곳을 찾았다. 굳이 행보한 이유를 찾는다면 몇 가지가 있었다. 안내하는 책자에 쓰여 있듯, 여기는 ‘우리 몸을 깨끗하게 해독시켜 잘못된 습관으로 생기는 질병을 예방하고, 그것을 배우고 익히는 곳’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건강프로그램을 몸소 체험할 수 있고, 또 한 가지는 내 몸에 대한 현주소를 알고 싶었다.

40여 년 교육계에 몸담았던 친구가 지지난해 퇴임을 했고, 나 역시 일자리에서 물러난 작금(昨今), 우리는 자신을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이곳을 택했다. 이 세상 누군들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만, 세 사람 모두 이순에 들고 보니 한 번쯤은 수고했노라고 자찬을 해 주어도 좋을 터였다.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이곳은 공기가 청정했다. 약간 오르막길에 자리한 건물들은 언뜻 보아도 단순하고 현대적이다. 심신 일여(心身一如), 조용히 명상하는 유르트가 있고, 사색의 길, 해맞이 길, 석양이 아름다운 길, 이름도 예쁜 숲 속을 산책하는 길이 여러 갈래 있는데, 정말이지 새소리, 계곡 물소리 들으며 벗들과 걷는 길은 더없이 즐거웠다. 오르다 숨이 차서 편백나무 아래 있는 평상에 누우니, 그간에 묵은 피로가 모두 풀리듯 편안하다.

그동안 무엇을 먹고 살았으며 어떤 운동을 했는지 설문지가 나왔을 때, 우리는 좀 당황스러웠다. 영양을 생각하고 식사를 했던가. 그리고 몸에 맞추어 적절한 운동을 하였는가. 생각해 보니 가끔 등산을 한 것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생활습관 검진 결과가 나왔을 때는 체지방량이 많으며 운동부족에 약간의 비만, 그리고 골다공증이 심한 편이라고 했다. 그것은 짭짤하게 먹는 내 습관이 문제가 되었다. 소금은 몸 밖으로 배출될 때마다 칼슘을 끌고 나간단다. 그리고 그 나트륨은 골다공증을 비롯해 여러 가지 성인병을 유발하는 근원이라고 했다.

지난해 나는 뜻밖에 무릎 수술을 받았다. 간단한 레이저 시술이라고 해서 가볍게만 생각했는데, 결과는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담당의사는 골다공증 수치가 바닥이라고 했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싱겁게 먹는 것이 처방되었다. 반찬도 하나의 요리로 생각하고 저염식으로 만들어 먹으란다. 소금과 설탕은 꿀과 천일염으로 대신하고, 식사 전에 간식 먹기를 권하는데, 아기 주먹만큼 시장기만 가시게 먹어야 한단다. 밥보다는 야채를 싱겁게 조리해 많이 먹고, 나이에 맞는 규칙적인 운동이 처방되었다.

들깨 우엉 탕, 황태 감잣국, 연어 된장구이, 마 구이, 부드럽고 담백한 돈 수육, 청국장 고등어조림, 참나물 무침, 양배추 깻잎 초절임, 견과류 드레싱, 케일 된장 죽, 그동안 먹었던 음식을 메모한 것이다. 그 밖에도 금방 구운 호밀 빵이 나왔고, 싱싱한 야채는 끼니마다 나왔다.

삼 일째 되던 날, 싱거워 먹기가 어려웠던 음식이 점점 고소해진다. 이제는 식재료 고유의 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음식을 먹기 시작한 지 며칠, 우리는 드디어 맛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인간의 뇌는 똑똑하면서도 바보 같은 구석이 있다고 한다. 약 2주 정도 계속해서 싱겁게 먹는다면, 뇌는 짜게 먹던 습관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첫 시작이 어렵지 그 고비만 넘긴다면 쉽게 적응이 된다고 한다. 직접체험을 해 보니 이해가 되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 것에 우리는 가끔 놀라곤 한다. 내가 일선에 뛰어들 때만 해도 오십 대 중반이면 일손을 놓으리라 계획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90을 바라보는 시대에 와 있으니, 남은 삶을 어떻게 보낼 것 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언젠가 방송에서 건강 강의를 하는 전문의의 일침이 생각난다.

“수명은 길어졌는데, 지질하게 오래 살 것인가, 운동 습관, 식습관, 잘해서 나라에도 자식에게도 피해 주지 말고, 건강하게 살 것인가는 본인이 선택하는 것” 이라고 했다. 그 말은 뼈가 있고 맞는 말이었다.

잡곡밥을 먹고 싱겁게 먹기 시작한 지 몇 개월, 나도 모르게 2킬로 감량되어 웃음이 나왔다. 짭짤하게 먹는 습관만 바꾸어도 이렇듯 몸이 가벼울 줄이야, 이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싱겁게 먹자는 말을 자주 한다. 뿐만이 아니라 가끔 있는 술자리에서도 ‘싱겁게 먹고 건강하게 살자‘라고 외칠 정도로 싱겁게 먹기 건강홍보대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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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간밤에 비가 내리더니
가을이 몇 발자국 앞서가네.

나뭇잎이 흩날리는 거리
바람 소리도 거칠어졌네.

겨울은 그렇게 오는 것인가
밤새 머리 위에 눈을 이고 

어느 날 갑자기
하얀 손님으로 왔으면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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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법정스님의 진리와 구도의 길에 함께 해온 책들은 어떤 책일까.

모두 잠든 밤 홀로깨어 오두막을 밝혀온 책들은

'전기도 들어 오지 않는 산중, 맑고 고요한 등잔불 아래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영혼이 투명할 대로 투명해진다. ' 고 스님은 쓴 적이 있다.

좋은 책은 삶의 기쁨과 생기를 불러 일으킨다. -서문에서 -

 

인간과 땅의 아름다움에 바침> - - 장 피에르와 라셀 카르티에 (농부철학자) 

<그곳에선 나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   말로모건 (무틴트 메시지)

<포기하는 즐거움을 누리라> - - 이반 일리히  (성장을 멈춰라 )

<자신과 나무와 신을 만나게 해 준 고독>- - 장 지오노  ( 나무를 심은 사람)

<한 걸음씩 천천히 소박하게 꿀을 모으듯>- - 사티쉬 쿠마르  (끝없는 여정)

<기억하라, 이 세상에 있는 신성한 것 들을 >- - 류시화 (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신에게로 가는 길 춤추며 가라 >- - 니스코 카잔차키스 ( 그리스인 조르바)  

술술 읽히는 책말고 읽다가 자꾸만 덮이는 그런 책을 골라 읽을 것이다. 그것은 한 두 구절들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주기 때문이다.     -범정스님의 말씀 - 

이 외에도 많은 책이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은 지금도 읽고 있다.

 

       

 

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