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봄에서 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을 비바람 땡볕으로 익어 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버리면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운 줄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 거여


주님을 모시듯 밥을 먹어라


햇빛과 물과 바람 농부까지 그 많은 생명
신령하게 깃들어 있는 밥인데


그렇게 남기고 버려버리면
생명이신 주님을 버리는 것이니라


사람이 소중히 밥을 대하면
그게 예수 잘 믿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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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지난해 초여름이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가 아일랜드의 전통춤인 ‘아이리시 댄스’를 보게 되었다. 동(動)적인 것을 좋아해 그런지, 그 춤은 나를 단박에 사로잡았다. 체격이 건장한 남자 댄서 삼십여 명이 삼 층 계단식으로 꾸며진 무대에서 같은 동작으로 춤을 춘다. 상체는 움직이지 않고 발만 움직인다. 빠른 템포에 마룻바닥을 구르는 탭댄스, 그 모습은 경쾌하다 못해 박진감마저 느껴졌다.

아일랜드는 유럽의 북서쪽에 있는 큰 섬이다. 호기심에 그 나라 지형을 찾아보니 이 섬은 그 옛날 얼음에 덮여 있었다고 한다. 추운 지방일수록 발을 구르는 춤이 발달하였다고 하더니 이곳도 그런 모양이다. 어찌나 경쾌하던지 나이를 잊고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해가 바뀐 지 며칠 된 연초, 세종문화회관 대 극장에서 ‘아이리시’ 댄스공연을 한다는 문구가 방송 자막으로 나왔다. 문의를 해보니 아일랜드 전통댄스와 민속 음악을 바탕으로 한 '춤의 영혼'이란 집단이란다. 모처럼 볼 기회가 왔는데, 입장료가 만만치가 않다. 친구를 불러낼까, 아니면 언니와 동생을 불러 함께 할까, 궁리를 하던 차에 시집간 딸의 말이 떠올랐다. 이번 생일 때 무엇을 해 드리면 좋으냐는 물음이었다. 조금 부담은 되겠지만 내 의중을 말하기로 했다. 

"아일랜드 댄스가 보고 싶어, 그런데 입장료가 만만찮네."  

"엄마가 보고 싶다 하시면 해 드려야지요." 하며 호호 웃는다.

인터넷으로 딸은 예매를 했고, 직장에 나간 가족들은 조금 일찍 퇴근을 했다. 우리는 공연시간을 여유 있게 두고 집을 나왔다. 운전은 사위가 하고 딸들은 뒷자리에서 댄스 이야기를 한다. 모처럼 색다른 나들이에 조금씩 들뜬 것 같았다. 하긴 나도 십여 년 만의 걸음이다. 강당 입구에는 주먹을 불끈 쥔 춤동작 사진이 시선을 끌었다. 이 층으로 올라가 좌석을 찾았을 때는 객석은 빈자리가 없었다. 순간, 우리 민족도 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무대 배경은 아일랜드 켈트족 전통 문양이다. 무대를 비추는 조명이 켜지자 마치 딴 세상에 온 듯 현란하다. 이윽고 감미로운 댄스곡이 연주되고, 보석이 반짝이는 흰 드레스의 여인과 검은 정장의 남자가 짝을 지어 미끄러지듯 왈츠를 춘다. 그리고 뒤이어 삼십여 명의 남자 댄서들이 등장을 했는데 빨간 티에 당당한 체격이다. 방송에서 보았던 그 발놀림을 여기서 본다.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정확하게 움직이는 탭댄스는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관중은 리듬에 맞추어 손뼉을 치고 나도 자꾸만 발을 구르게 된다. 

탭댄스는 흑인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추었던 춤으로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자기들의 방식으로 발전시킨 것이 지금의 탭댄스라고 한다. 품격이 느껴지는 아르헨티나 탱고, 관능을 과시하는 라티노 살사, 고전발레, 레이스가 나풀대는 빨간 드레스에 발 구르기와 손뼉을 함께 치며 돌아가는 훌라맹고 춤은, 즉흥적인 열정을 토해낸다. 고난도의 테크닉과 완벽한 조화에 나는 소름이 돋았다.  <탭댄스와 다양한 모던 댄스와의 환상적인 만남> 이라고 춤을 소개한 문구가 과장된 것은 아니었다. 모처럼 댄스파티에 빠져 즐거워하는 딸들을 보니 나는 문득 옛일이 떠올랐다.

80년대 초, 시골에서 갓 올라온 촌(村) 댁은 어린이날 하루는 하던 일을 접고 이 강당을 찾았었다. 연극은 아이들의 정서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고 무엇보다도 기죽이지 않고 키워야겠다는 야무진 속내가 있었다. 생각하면 웃음부터 나온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엄마, 옛날 생각나네요."

내 표정을 읽었는지 큰애가 말한다. '파랑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추송웅 씨,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기저귀를 찬 아기로 분장하고 연기하다 무대에서 떨어져 관중을 웃겼던 일, 오즈의 마법사에서 마녀로 분장한 윤복희 씨의 가창력과 리얼한 연기, <피터 팬> < 백설공주> < 헨젤과 그레텔> 다들 용케도 기억했다.

"어머님 덕분에 춤의 진수를 감상했습니다."

"나도 댄스파티에 초대해주어 고맙네."

음악을 좋아하는 사위가 흡족한 표정이다. 극장을 나오니 막내가 기념 촬영을 한번 하자고 한다. 커다란 포스터 앞에 사위는 주먹을 치켜들고 딸은 왈츠 춤을 추듯 스커트 자락을 잡는다. 우리는 폭소를 터트리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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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예술가의 술사랑 이야기는 미술로 풀어낸 술의 얼굴이다.’

  <세상을 취하게 하라, 愛 술로> 라는 주제를 걸고 예술 속에 술을 다룬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과연 술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나는 호기심이 발동을 했다. 술 하고는 평생 인연이 없는 얌전한 친구 한 명을 불러냈다.

  안국동 미술관 입구에는 술이 담긴 작은 잔이 놓여 있고, 전시장에선 은은한 술 냄새가 풍긴다. 나는 천천히 그림을 둘러보다가 한 작품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제목이‘한잔하고 바라본 세상’이다. 눈동자 두 개가 동력 장치를 달아 뱅글뱅글 돌고, 취해서 바라보는 세상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한잔의 유혹, 욕망의 해방구, 중독의 상처, 취중 파노라마, 십여 명의 작가들이 그림으로 풀어낸 술의 얼굴은 흥미롭고 독특했다. 특히‘취무(醉舞)’는 한쪽 발을 들고 엉거주춤 춤을 추고 있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예술가들의 고뇌라고 할까, 삶의 애환이라고 할까, 묘한 감정을 안고 전시장을 나왔다. 사람을 취하게 하는 술, 과연 그 술은 무엇일까? 새삼 궁금증이 일었다.

  조선 후기 화가 오원(吾園) 장승업은 술이 있어야만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대표작<호취도>를 보면 독수리의 장쾌한 기상이 느껴진다. 억센 발톱과 매섭게 쏘아보는 눈은 금세 날아오를 듯 생기가 넘친다. 언젠가 오원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취화선’을 감동으로 본 적이 있다.

천민으로 태어나 그의 삶은 술과 예술이었다. 무엇보다도 영감을 북돋아 주는 것은 오로지 술이었다. 호방한 필묵법과 정교한 묘사로 생동감 넘치는 작품을 남겼으나, 속박을 싫어해 구름 같은 인생을 살았으며 난국(亂局)으로 가는 암울한 시기에 자기만의 색깔을 찾고자 수없이 고뇌했다.

끝 간 곳 없는 수평선에 백구(白鷗)는 날고 작은 봇짐 하나 둘러메고 정처 없이 떠나는 오원, ‘생사란 뜬구름과 같은 것, 앓는다, 죽는다, 장사를 지낸다, 떠들 필요가 무어냐?’ 그가 남긴 말에서 인생무상과 그의 인생관이 엿보인다. 고민하고 방황하고 광기의 삶을 살았으나 그림에 취한 시선(詩仙)으로만 기억되는 것은 살다간 발자취가 신비롭기 때문일까.

삼사 년 전만 해도 나는 술이라면 딱 질색이었다. 더구나 취해서 눈동자가 허공에 걸린 사람을 보면 그 자리를 피하기에 바빴다. 술이 술을 먹고 그 술이 깨도록 주사가 고약한 사람을 보면 허물없이 지내다가도 두 번 다시 어울리지 않았다. 평상시에는 별로 말이 없던 사람이 술 한 잔을 하면 갑자기 다변(多辯)이 된다. 주벽이 심해 싸움으로 가는 사람도 있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징징 울기도 한다. 취한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뭐 그럴 것까지 있을까 했지만, 술버릇이 고약한 사람을 보면 ‘쯧쯧’ 나도 모르게 혀를 차게 된다.

가끔 저녁 모임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술잔이 내게로 온다.

“자네도 이제 한잔해도 될 나이가 되었네.”

술 마실 때가 되었다면 나도 나이가 많다는 뜻 일게다. 어찌 되었거나 한 잔씩 받아 마신 것이 계기가 되어 이제는 조금씩 하게 되었다. 헌데 나는 술 한 잔을 마시고 나면 웬일인지 기분이 좋아진다. 뿐인가 노래도 나온다. 껄끄러운 사람도 편안하게 보일 만큼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전화를 받다가 느닷없이 흥얼거려 실례를 범한 적도 있지만, 조금은 취해 우스갯소리도 하고 너스레도 떨고 그렇게 농을 좀 하는 사람이 좋아진다. 어쩌다 한잔 술에 흥얼거리면,

“남 여사 망가지는 것도 하루아침이네”

나를 ‘새침데기’라고 불렀던 이웃형님의 말이다.

내 아버지는 약주를 좋아하셨다. 그 유전인자를 고스란히 받았는지 내가 남아로 태어났다면 술깨나 마시는 한량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일하고 아이들 키우고 반평생을 내 딴에는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 한잔한다고 누가 나를 탓하겠는가. 술상 앞에서 조금은 흩어져도 괜찮을 터, 구차한 변명으로 자신을 격려할 때도 있다. 세월이란 참 무서운 것이라 느껴진다. 내 삶에서 정도(正道)만 추구했던 내가 이제는 칼같이 정확한 사람을 보면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든다.

  예술가의 영감을 북돋아 창작을 도와주는 술, 서먹한 자리도 한잔 돌아가면 부드러워지고 인간관계에 윤활유가 되어주는 술, 좋은 사람들과 한잔 기울이며 삶의 노곤함을 풀어 버린다면 그 자리가 왜 아니 즐겁겠는가. 비로소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집에서 담는 약술도 과하면 몸을 해한다 했으니 본인의 주량을 알아 알맞게 마시고 기분 좋게 깬다면, 술은 마음의 갈증을 풀어 주는 좋은 벗이라 생각된다.

  살기가 어려운 요즘, 지나치어 실수하지 않는다면 조금은 취해서 살아도 좋으리라. 사람에 취하고, 아름다운 산수(山水)에 취하고, 그리고 사랑 (愛)의 술로 가끔은 취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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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와 세상 사이의 언약의 증거니라


창세기  9장 1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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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호스피스 전문의인 오츠 슈이치는 기후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했다.

그리고 그는 사카와 의학의료 연구원재단 호스피스전문의 양성과정을 수료했다. 일본 최연소호스피스전문의로 도쿄 마츠바라얼번 클리닉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선생님은 후회 같은 거 안하시지요?"  환자가 묻는 다. 나는 목덜미에 매달린 청진기를 만지작 거린다.

"하지요. 늘 후회합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  대화속에서 후회와 아쉬움을 이야기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조금 더 겸손했더라면 .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 났더라면.     *삶과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 보았더라면.      *건강을 소중히 알았더라면.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생각하게 하는 글이 많았다.

 

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