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탄생을 주관한
천사가 말했다.
기쁨과 웃음으로 만들어진
작은 존재여
가서 사랑하라
지상에 있는
그 누구의 도움 없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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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로 가는 길
허물어진 건축물 사이
순교자 살아온 듯
개양귀비 붉디붉다
순례지
밟히고 밟혀도
활짝 핀 부활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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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나 꽃이 되어
꽃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이 피고 내가 꽃피면
결국 꽃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물들고 내가 물들면
결국 온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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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걸어서 걸어서
논두렁 밭두렁에
바람의 노래
들으러 가고 싶다
나그네처럼
바람과 함께 놀다가
들길을 느리게
서성이고 싶다
차마 말 못 하고
가슴에 가두어 놓았던
그리움이 자꾸 돋아나면
봄 햇살이 놀던 언덕
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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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은 그 작은 심장 안에
이토록 큰 슬픔을 넣을 수 있습니까?
신이 대답했다.
'보라, 너의 눈은 더 작은데도
세상을 볼 수 있지 않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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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고
한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
손바닥 안에 무한을 거머쥐고
순간 속에 영원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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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힘과 사랑을
그대에게 돌려준다. 갈 곳이 없다면
마음의 길을 따라 걸어가 보라.
그 길은 빛이 쏟아지는 통로처럼
걸음마다 변화하는 세계.
그곳을 여행 할때 그대는 변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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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새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벌레를 잡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
만일 당신이 새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
하지만 만일
당신이 벌레라면
아주 늦게 일어나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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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 쉬고
파릇한 미나리싹이
봄날은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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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게 손을 내미네
당신의 손은 물결처럼 가벼우네
당신의 손이 나를 짚어보네
흐린 구름 앉아있는
이마의 구석구석과
안개 뭉개뭉개 흐르는
가슴의 잿빛 사슬들과
언제나 어둠의 젖꼭지 빨아대는
입술의 검은 온도를
당신의 손은 물결처럼 가볍지만
당신의 손은 산맥처럼 무거우네
당신의 손은 겨울처럼 차겁지만
당신의 손은 여름처럼 뜨거우네
당신의 손이 길을 만지니
누워있는 길이 일어서는 길이 되네
당신이 슬픔의 살을 만지니
머뭇대는 슬픔의 살이 기쁨의 살이 되네
아, 당신이 죽음을 만지니
천지에 일어서는 뿌리들의 뼈
당신이 내게 손을 내미네
물결처럼 가벼운 손을 내미네
산맥처럼 무거운 손을 내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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