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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6.23 휘파람을 불어다오 --- 유안진 by 물오리
  2. 2017.06.23 십자가 ---윤동주 by 물오리
  3. 2017.06.22 사랑하는 별 하나---이성선 by 물오리
  4. 2017.06.21 감사한 죄 ---박노해 by 물오리
  5. 2017.06.17 밤의 이야기 ---조병화 by 물오리
  6. 2017.06.16 담쟁이---도종환 by 물오리
  7. 2017.06.16 청포도---이육사 by 물오리
  8. 2017.06.10 산보길 ---김춘수 by 물오리
  9. 2017.06.09 자연스런 아름다움--- 용혜원 by 물오리
  10. 2017.06.09 굴뚝---윤동주 by 물오리

 

 

이 허황된 시대의 한 구석에

나를용납해준 너그러움과

있는 나를 없는 듯이 여기는 괄시에 대한

보답과 분풀이로

 

가장 초라하여 아프고 아픈

한 소절의 노래로

오그라들고 꼬부라지고 다시 꺽어 들어서

 

노래 자체가 제목과 곡조인

한 소절의 모국어로

내 허망아

휘파람을 불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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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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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춰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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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도종환  (0) 2017.06.16
Posted by 물오리

 


새벽녘 팔순 어머니가 흐느끼신다
젊어서 홀몸이 되어 온갖 노동을 하며
다섯 자녀를 키워낸 장하신 어머니
눈도 귀도 어두워져 홀로 사는 어머니가
새벽기도 중에 나직이 흐느끼신다

나는 한평생을 기도로 살아왔느니라
낯선 서울땅에 올라와 노점상으로 쫓기고
여자 몸으로 공사판을 뛰어다니면서도
남보다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음에
늘 감사하며 기도했느니라
아비도 없이 가난 속에 연좌제에 묶인 내 새끼들
환경에 좌절하지 않고 경우 바르게 자라나서
큰아들과 막내는 성직자로 하느님께 바치고
너희 내외는 민주 운동가로 나라에 바치고
나는 감사기도를 바치며 살아왔느니라

내 나이 팔십이 넘으니 오늘에야
내 숨은 죄가 보이기 시작하는구나
거리에서 리어카 노점상을 하다 잡혀온
내 처지를 아는 단속반들이 나를 많이 봐주고
공사판 십장들이 몸 약한 나를 많이 배려해주고
파출부 일자리도 나는 끊이지 않았느니라
나는 어리석게도 그것에 감사만 하면서
긴 세월을 다 보내고 말았구나

다른 사람들이 단속반에 끌려가 벌금을 물고
일거리를 못 얻어 힘없이 돌아설 때도,
민주화 운동 하던 다른 어머니 아들딸들은
정권 교체가 돼서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어도
사형을 받고도 몸 성히 살아서 돌아온
불쌍하고 장한 내 새끼 내 새끼 하면서
나는 바보처럼 감사기도만 바치고 살아왔구나
나는 감사한 죄를 짓고 살아왔구나

새벽녘 팔순 어머니가 흐느끼신다
묵주를 손에 쥐고 흐느끼신다
감사한 죄
감사한 죄
아아 감사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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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고독하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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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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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淸泡)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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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어떤 늙은이가 내 뒤를 바짝 달라붙는다.

돌아보니 조막만한 다 으그러진 내 그림자다.


늦여름 지는 해가 혼신의 힘을 다해 뒤에서 받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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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용혜원  (0) 2017.06.05
Posted by 물오리

 

 

우리가 남긴 자취를

먼 훗날 뒤돌아 보더라도

씁쓸하게 웃어버리는

쓰디쓴 미소로

만들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대의 모습이 좋습니다

화장을 짙게 하면

다른사람을 보고 있는 듯

그대의 아름다움을 볼 수가 없습니다

 

사랑은 가난한 마음어야 합니다

사랑은 청결한 마음이어야 합니다

사랑은 독점이 아니라 나눔입니다

 

우리 사랑은 꽃꽃이처럼

좋은 것들로만

장식하는 잔인한 작업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꽃꽃이일수록 생명을 잘라내어

조작된 아름다움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오래 머물러 향기를 발달할 생명이

며칠간의 눈요기가 되고 마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자연스럽게

그대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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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산골짜기 오막사리 낮은 굴뚝엔

몽기몽기 웨인연기 대낮에 솟나,


감자를 굽는게지 총각애들이

깜박깜박 검은눈이 모여 앉어서

입술에 꺼멓게 숯을 바르고

옛이야기 한커리에 감자 하나씩.


산골짜기 오막사리 낮은 굴뚝엔

살랑살랑 솟아나네 감자 굽는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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