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김을 잰다.

   시골 사는 동창 중에 깨 농사를 짓는 친구가 있어 들기름을 부탁했더니 택배로 왔다. 금세 짠 들기름에 참기름 조금 넣어 한 장 한 장 재다 보니, 문득 이맘때면 김을 재시던 시어머님 생각이 난다.

   동지섣달 긴긴밤 두레상 위에 커다란 쟁반을 놓으시고 조선 김을 솔잎으로 정성껏 바르시던 어머님, 그 어머님 생각을 하면 단아하고 고우셨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키는 작으셨지만 매무새가 단정하셨고 어머님 옆에 가면 언제나 코티 분 향기가 났다. 아침에 일어나시면 머리부터 가지런히 손질하시고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뵌 적이 없다.

  음식 솜씨 또한 남달라 어머님이 해 주시는 음식은 참 맛이 좋았다. 요즘처럼 설 명절이 다가오면 큰 가마솥에 사골을 고아, 양지, 간, 콩팥, 무, 다시마, 그 국에 밥을 말아 먹으면 그야말로 일품,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어느해인가 시월 상달 고사를 드리는 날이었다. 돼지 머리가 그대로 배달되었는데 어머님은 돼지 입을 벌리고 이빨을 구석구석 칫솔로 닦으셨다. 눈은 뜨고 있고 젊은 새댁은 도와드리다가 도망을 쳤다. 일을 잘하지 못해서 그릇도 잘 깨 먹고 실수 연발이어도 늘 사랑으로 감싸 주셨던 어머님.

   별이 초롱초롱하던 여름밤, 홑이불 다림질 하실 때 나는 그 끝을 잡고 있었다. 걸터앉은 툇마루에서 숯이 담긴 손다리미를 요령있게 이리저리 구겨진 홑청을 다리시며 하신 말씀은 지금도 미소가 지어진다.

“애야, 지금은 혼인 말이 들어오면 맞선을 보지 않니, 나는 사진만 보고 시집을 왔단다. 만약에 선을 보았다면 키가 작아 너희 아버님과 혼인을 했을까싶다 나는 그 시절 덕을 보았지.”

   하시며 수줍게 웃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긴 아버님은 키도 작지 않으셨고 지금으로 말한다면 훈남이셨다. 아들 여섯 딸 둘, 팔 남매를 사랑으로 키우셨고, 며느리들도 언제나 따뜻한 눈으로 봐주셨던 어머님, 그 시절의 추억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으랴, 정유 년 설 명절 앞두고 나는 그 어머님이 새삼 그립다.

  이번 설에 외손들이 우리 집을 다녀간다. 손녀딸이 유난히 김을 좋아해 동지섣달 긴밤, 나도 어머님처럼 조선 김을 정성껏 잰다. 조잘대며 맛나게 먹을 손녀 딸 얼굴을 떠 올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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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너희가 내개 부르짖으며 내게와서 기도하면 내가 너희들의 기도를 들을 것이요

너희가 온 마음으로 나를 구하면 나를 찾을 것이요 나를 만나리라

 

 

예레미아  29장 11절 ~1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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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Essay] 2017. 1. 24. 05:53


                               

   

   오랜 세월 벗으로 지내는 친구의 어머님은 올해 아흔넷이시다.

“ 어머니, 쌀 빻아 왔어요.”

“ 응, 쌀 왔어”

   가끔 정신을 놓치기도 하는 어머니는 정미소에서 막 찾아온 쌀을 만지며 환하게 웃으신단다. 친구는 올가을도 어김없이 벼농사를 거두어 어머님께 먼저 보여드린 것이다. ‘내 자식들 입에 쌀밥 들어가는 것’을 보아야겠다고 젊은 시절 악착같이 일을 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시골 고향에 논을 장만한 것은 1965년대라 했다. 그로부터 오십 여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친구는 아직도 어머니 이름 그대로 그 땅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어머님의 자존감을 지켜드리고, 해마다 햅쌀을 보며 기뻐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기 위함이다.

   1965년 그때는 나라도 국민도 모두 어려웠던 시기였다. 한국전쟁을 겪고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국민의 식생활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부모님들은 빈곤 속에서 ‘보릿고개’라는 고개를 넘어야 했던 때,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쌀밥을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보리쌀에 쌀을 한 줌 넣어 밥을 지으면, 아버지와 오라버니 드리고 남은 식구들은 깡 보리밥을 먹었다. 어쩌다 아버님이 드시던 쌀밥을 남기면 그것을 먹으려고 자매들끼리 다투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야말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을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다. ‘마른논에 물들어가는 소리와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소리만큼 즐거운 소리가 없다’라는 옛말, 그 말의 뜻을 우리 세대는 알고 있다.

   며칠 전, 햇살 바른 곳에 쌀이 널려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바구미’라는 쌀벌레가 눈에 띈다.

   “ 떡 해 드실래요? 벌레가 좀 낫지만, 쌀은 괜찮아요.”

   경비아저씨 말이다. 아파트 위층에 사는 젊은 아기 엄마가 버려달라고 내놓은 쌀이라고 했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가래떡을 해 먹기로 했다. 모처럼 이웃과 나누어 먹는 떡 잔치를 했다.

  쌀은 영양이 풍부하다고 한다. ‘본초강목’ 약학 서에는 ‘쌀은 위기(胃氣)를 평 하게하고 몸에 기운을 돋아 정신이 어지러운 것을 없애준다’ 했고, 또한 쌀에는 생명을 유지하는 기본 영양소인 탄수화물이 72퍼센트나 들어 있다고 한다. 그 밖에 단백질, 지방, 식이섬유, 무기질, 비타민도 B1, B2, 복합체가 들어있어 혈중코레스톨과 중성지방 농도를 감소시켜주며 생명을 유지 하는 데는 더없이 좋은 식물이라고 했다.

   2016년 요즘 쌀 소비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한사람이 하루에 밥 두 공기를 채 먹지 않는 다는 것이다. 반면에 피자나 햄버거 등, 밀가루 소비량이 늘어 어른은 물론, 어린이 당뇨와 비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 나라 기둥인 꿈나무들이 건강하게 자라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갓 시집을 갔을 때, 시어머님은 쉰밥을 찬물에 헹구어 드셨다. 쌀 한 톨에는 농부의 피땀이 서려 있고 수십 번의 손이 가야 밥상에 오르게 되는데 그 수고와 땀을 알아야 한다는 지론이셨다. 그래서 우리는 상 앞에서 흘리는 밥도 주워 먹었다.

   지구촌 곳곳에는 지금도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다.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끼니 해결 못 하는 이들이 있다는데, 벌레가 좀 났다고 쌀을 버리는 철부지 새댁이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올해 공주시가 우리 쌀 소비촉진을 위해 급식 요리사 대상으로 우리 쌀 식품 가공 기술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쌀 파스타, 쌀 떡볶이, 쌀 빵, 더 많은 음식이 개발되어 쌀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쌀, 없으면 살수 없는 귀한 쌀, 이 쌀의 소중함을 젊은이들이 알아 밀가루 보다는 쌀 소비가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요즘도 가끔은 따끈한 쌀밥을 지어, 추억이라는 이름과 함께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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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는 의로우사 의로운 일을 좋아하시나니

 정직한 자는 그의 얼굴을 뵈오리로다

 

시편 11장 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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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속하지 않은 이방인에게 대하여도

그들이 주의 큰 이름과 능한손과 펴신 팔을 위하여 먼 지방에서 와서

이 성전을 향하여 기도 하거든 주는 계신곳 하늘에서 들으시고

모든 이방인이 부르짖는 대로 이루사 땅의 만민이 주의 이름을 알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처럼 경외하게 하오시며

또 내가 건축한 성전을 주의 이름으로 일컫는 줄을 알게 하옵소서 

 

역대하 6장 32 ~33  < 솔로몬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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