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에 해당되는 글 1040건

  1. 2017.11.09 후회--- 루이스 보르헤스 by 물오리
  2. 2017.11.09 햇살에게---정호승 by 물오리
  3. 2017.11.08 11월의 편지---목필균 by 물오리
  4. 2017.11.07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정희성 by 물오리
  5. 2017.11.07 내가 사랑하는 계절 ---나태주 by 물오리
  6. 2017.11.01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이성희 by 물오리
  7. 2017.11.01 강가에서---고정희 by 물오리
  8. 2017.11.01 낙엽시초--- 황금찬 by 물오리
  9. 2017.10.31 님을 그리며 --- 청암 방효필 by 물오리
  10. 2017.10.31 겨울 강가에서 ---우미자 by 물오리

 

 

 

 

나는 인간이 범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죄를 저질렀다. 나는

행복하지 못했다. 망각의 빙하가

내 몸뚱이를 끌고 가 무참하게 내동댕이쳤으면.

부모님은 위험하고도 아름다운 삶의

유희를 위해, 땅과, 물과, 공기와, 불을 위해

나를 낳으셨다.

나는 그분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나는 행복하지 못했다.

그분들의 푸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하찮은 것들을 교직하는 예술에

매달려 온통 정신을 쏟았다.

그분들은 내게 용기를 물려주셨지만 나는 용감하지 못했다.

불행한 사람의 그림자는 나를

떠나지 않고 언제나 내 곁에 머물러 있다.

Posted by 물오리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물오리




지구가 뜨거워졌는지
내가 뜨거워졌는지
아직 단풍이 곱다

갈색 플라타너스 너른 잎새에
네 모습이 서있고

11월이 되고서도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
꼬깃꼬깃 접힌 채
쓸려간다

모니터에 네 전령처럼
개미 한 마리
속없이 배회하는 밤이 깊다

네가 그립다고
말하기보다 이렇게 밤을 밝힌다
11월 그 어느 날에

Posted by 물오리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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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祭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봉송封送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동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Posted by 물오리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
산길 모퉁이 금강초롱
그 꽃잎 사이에서 나풀거리는 아침으로

새벽하늘에 돋아난 금성
그 별빛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

거울에서 사라진 웃음
눈물로 번제를 드린다면
다시 눈부신 오후의 타악기 처럼 웃을 수 있을까

징검다리의 마지막 돌 하나로 살고 싶어라
시냇물의 노래를 들으며
가장 넉넉한 자리에 안착하는 새를 보며
저녁을 맞고 싶어라

Posted by 물오리

 

 

할 말이 차츰 없어지고

다시는 편지도 쓸 수 없는 날이 왔습니다.

 

유유히 내 생을 가로질러 흐르는

유년의 푸른 풀밭 강뚝에 나와

물이 흐르는 쪽으로 

오매불망 그대에게 주고 싶은 마음 한 쪽 뚝떼어

가거라. 가거라. 실어보내니

그 위에 홀연히 햇빛 부서지는 모습

그 위에 남서풍이 입맞춤하는 모습

바라보는 일로도 해 저물었습니다.

 

불현듯 강 건너 빈 집에 불이 켜지고

사립에 그대 영혼 같은 노을이 걸리니

바위틈에 매어놓은 목란배 한 척

황혼을 따라

그대 사는 쪽으로 노를 저었습니다.

 

Posted by 물오리

  

                   

 

꽃잎으로 쌓올린 絶頂에서

지금 함부로 부서져 가는 「너」

落葉이여,

蒼白한 窓 앞으로

허물어진 보람의 行列이 가는 소리,

가 없는 空虛로 발자국을 메꾸며

最後의 旗手들의 旗폭이 간다.

이기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저 찢어진 깃발들,

다시 言約을 말자

기울어지는 黃昏에,

來日 만나는 것은 내가 아니다.

古宮에 菊花가 피는데

뜰 위에 서 있는 「나」

離別을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문을 닫으라.

落葉,

다시는 내 가는 곳을 묻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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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세월과 그 가슴으로 번진
님의 이름 앞에
향수가 묻어납니다
지난 시간 홀로 걷노라면
무엇이 되어 무엇으로 사는 걸까
란! 물음표를 달고
주걱 거리 던 숨소리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해가 지면 달이 뜨듯이 품고 낳으면서
지친 영혼을 달래주신
님 이 시 여 !
님을 만나면 조촐한 들 꽃차
한잔 나누려 했건만
손끝에 닿을 듯
감히 하늘 보듯 했나이다.
내 다만 변변한 시 한 줄
남기지 못했으나
인연이 다 님을 뵙게 되었으니
살점 하나 떼어낸들
어떠하리오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늘
거기에 계시어
문우들이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넓은 마당이 되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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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이제는 마음 비우는 일
하나로 살아 간다

강물은 흐를수록 깊어지고
돌은 깍일수록 고와진다

청천의 유월
고란사 뒷그늘의 푸르던 사랑
홀로 남은 나룻배위에 앉아 있는데
높고 낯은 가락을 고르며
뜨거운 노래로
흘러가는 강물

거스르지 않고 순하게 흘러
바다에 닿는다

강안을 돌아가
모든 이별이 손을 잡는
생명의 합장

겨울 강을 보며
한포기 지란을
기르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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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