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신비'라는 말은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속에서도 신비는 있다. 땅위의 모든길을 다 갈수 없고 땅위의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가는 일은 복되다. - 프롤로그-
꽃피는 해안선- 여수 돌산도 향일암에서 자전거는 출발한다.
여수의 남쪽, 돌산도 해안선에 동백이 피었다. 산수유도 피고 매화도 피었다. 자전거는 길 위에서 겨울을 났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 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일과 같다. 산수유가 사라지면 목련이 핀다.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핀다.
꽃피어 봄 마음 이리 셀레니
아, 이 젊음을 어이 할거나
7세기의 젊은 여승 설요가 쓴 시인데 세상으로 돌아가는 노래이다. 그 여자는 시 쓰는 사내의 첩이 되었단다. 7세기 봄과 13세기 봄이 다르지 않고 , 올봄이 또한 다르지 않다. 그 꽃들은 해마다 새롭게 피었다 지고 지금은 지천으로 피어있다.
*흙의 노래를 들어라 *가을 빛 속으로의 출발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나이테와 자전거 *여름 연못의 수련, 이어인 일인가. * 한강의 삶은 지속이다 *전환의 시간 속을 흐르는 강 * 노령산맥 속의 IM F *시간과 강물 * 꽃피는 아이들 * 빛의 무한한 공간 * 만경강에서 * 시간이 기르는 밭, 선진강 여우치 마을, 등 29편의 글이실려있다. 그의 자전거는 강산을 누빈다.
산맥을 넘고 강을 건너 자전거 여행으로 풍수와 역사를 만난다. 말없이 일만 하는 부부를 만나고 숲과 찻잎의 덕음 , 그리고 기다림으로 남는 경기만 염전과도 만난다.
'당신의 다리는 둥글게 굴러간다.허리에서 엉덩이로 무릎으로 발로 페달로 바퀴로
길게 이어진 다리가 굴러간다.' - 김훈의 자전거를 위하여 -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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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김을 잰다.
시골 사는 동창 중에 깨 농사를 짓는 친구가 있어 들기름을 부탁했더니 택배로 왔다. 금세 짠 들기름에 참기름 조금 넣어 한 장 한 장 재다 보니, 문득 이맘때면 김을 재시던 시어머님 생각이 난다.
동지섣달 긴긴밤 두레상 위에 커다란 쟁반을 놓으시고 조선 김을 솔잎으로 정성껏 바르시던 어머님, 그 어머님 생각을 하면 단아하고 고우셨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키는 작으셨지만 매무새가 단정하셨고 어머님 옆에 가면 언제나 코티 분 향기가 났다. 아침에 일어나시면 머리부터 가지런히 손질하시고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뵌 적이 없다.
음식 솜씨 또한 남달라 어머님이 해 주시는 음식은 참 맛이 좋았다. 요즘처럼 설 명절이 다가오면 큰 가마솥에 사골을 고아, 양지, 간, 콩팥, 무, 다시마, 그 국에 밥을 말아 먹으면 그야말로 일품,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어느해인가 시월 상달 고사를 드리는 날이었다. 돼지 머리가 그대로 배달되었는데 어머님은 돼지 입을 벌리고 이빨을 구석구석 칫솔로 닦으셨다. 눈은 뜨고 있고 젊은 새댁은 도와드리다가 도망을 쳤다. 일을 잘하지 못해서 그릇도 잘 깨 먹고 실수 연발이어도 늘 사랑으로 감싸 주셨던 어머님.
별이 초롱초롱하던 여름밤, 홑이불 다림질 하실 때 나는 그 끝을 잡고 있었다. 걸터앉은 툇마루에서 숯이 담긴 손다리미를 요령있게 이리저리 구겨진 홑청을 다리시며 하신 말씀은 지금도 미소가 지어진다.
“애야, 지금은 혼인 말이 들어오면 맞선을 보지 않니, 나는 사진만 보고 시집을 왔단다. 만약에 선을 보았다면 키가 작아 너희 아버님과 혼인을 했을까싶다 나는 그 시절 덕을 보았지.”
하시며 수줍게 웃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긴 아버님은 키도 작지 않으셨고 지금으로 말한다면 훈남이셨다. 아들 여섯 딸 둘, 팔 남매를 사랑으로 키우셨고, 며느리들도 언제나 따뜻한 눈으로 봐주셨던 어머님, 그 시절의 추억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으랴, 정유 년 설 명절 앞두고 나는 그 어머님이 새삼 그립다.
이번 설에 외손들이 우리 집을 다녀간다. 손녀딸이 유난히 김을 좋아해 동지섣달 긴밤, 나도 어머님처럼 조선 김을 정성껏 잰다. 조잘대며 맛나게 먹을 손녀 딸 얼굴을 떠 올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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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너희가 내개 부르짖으며 내게와서 기도하면 내가 너희들의 기도를 들을 것이요
너희가 온 마음으로 나를 구하면 나를 찾을 것이요 나를 만나리라
예레미아 29장 11절 ~13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