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가난과 추위가 어디 그만의 것이랴
그는 좁은 어깨와 야윈 가슴으로 나의 고통까지 껴안고
역 대합실에 신문지를 덮고 누워있다.
아무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간혹 스치는 것은 모멸과 유혹의 눈길뿐.
마침내 그는 대합실에서도 쫓겨나 거리를 방황하게 된다.
찬바람이 불고 눈발이 치는 날 그의 영혼은 지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걸어 올라가 못 박히는 대신
그의 육신은 멀리 내쫓겨 광야에서 눈 사람이 되겠지만
그 언 상처에 손을 넣어 보지도 않고도
사람들은 그가 부활하리라는 것을 의심치 않을 것이다.
다시 대합실에 신문지를 덥고 그들을 대신해서 누워있으리라는 걸.
그들의 아픔, 그들의 슬픔을 모두 끌어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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