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올해 구순을 맞은 권사님을 심방했습니다. 만날 때마다 "목사님 오만 군데가 다 아파요 " 하시던 분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도 수술을 이곳저곳 많이 하셨습니다. 그래도 너끈히 이겨내고 회복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번 심방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큰 은혜와 도전을 받았습니다.
지난 연말 집안 어른과 통화하다가 그분이 1년에 성경을 세 번 정도 통독한다는 말씀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답니다. 이후 '나도 못할 게 없겠다. ' 해서 새해부터 마음먹고 성경을 읽기 시작했답니다.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지던 성경이 읽어지더랍니다. 특히 구약성경이 너무 재밌어서 읽고 또 읽었답니다.
구약 성경을 통독하니 신약은 거저먹기로 읽어지고 이해가 된다고 하십니다. 성경을 읽는 재미가 너무 좋아서 외출도 자제하고 아픈 것도 잊고 날마다 말씀 속에 거하는 재미를 누리면서 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3월인데 벌써 신구약을 한차례봉독 하셨답니다. 현재 신약 마지막 부분까지 왔으니 곧 두 번째 통독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말씀이 우리와 함께' 하심을 믿고 손을 늘어뜨리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을 확인 하고 확신하면서 살아가는 행복한 인생을 목격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대적에게 등을 보이지 않고 앞을 향해 걷는 사람입니다. 주님이 앞서 가시면 그 뒤를 따르는 자입니다. 삶과 죽음의 문제 역시 동일한 믿음을 가지고 주님이 인도하실 때 담대히 따르기를 원합니다.
주님, 육체의 사슬에 매여서 언젠가는 이땅을 떠나게 될 것을 압니다. 그러나 그때가 언제건 , 어디서건 살아도 죽어도 내가 주의 것이라는 것이라고 증언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날마다 내 마음을 확정하고 또 확정하고. 항상 기뻐하고 쉬지 않고 기도하며 , 모든 것에 감사하기를 기도 합니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는 날까지 성령 충만해서 말씀을 받고 받은 말씀을 증거하게 하옵소서, 이를 위해 성령 충만 하게 하옵소서 ,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합니다. 아멘
12월 하순, 베트남 여행이다. 한 해를 보내며 내가 배우러 다니는 수채화 반에서 쫑파티 겸 여행이 결정되었다. 선택지가 가까운 베트남인데 3박 4일 일정이란다. “가까운 나라이니 즐겁게 다녀오세요.” 큰아이 권유에 용기를 내었다. 그곳 날씨는 초가을이라 해서 가벼운 옷을 챙기고 간단히 짐을 쌌다. 사 년 넘게 병치레를 했던 터라 오랜만에 가는 여행길이 조금 설레었다. 밤 아홉 시, 청주 국제공항에서 나트랑행 비행기에 올랐다. 시간차는 두 시간이고 거의 자정에 도착했다. 그런대로 조각 잠을 자고 관광이 시작되었다.
우선 베트남의 청정지역이라는 달랏으로 향했다. 산꼭대기에 자리한 랑비엔 고원은 해발 2169m의 명산이라 하더니 깨끗한 하늘과 맑은 공기가 온몸을 씻어주는 듯했다. 포나가 사원, 크레이지 하우스, 바오다이 황제의 여름별장, 달랏 야시장, 천국의 계단, 진흙마을, 나트랑 해변, 이곳저곳을 삼일에 걸쳐 구경을 했다. 여러 곳을 둘러 보았는 데도 특별하게 마음에 남는 것은 없었다. 다만 볼만했던 것은 랑비엔 봉우리에서 본 달랏의 전경이다. 높은 건물이 없고 탁 트인 풍광에 뭉게구름과 거울같이 투명한 하늘이다. 우리는 고원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스케치했다. 저마다 멋진 그림을 담아내었다. 일정을 마치고 끝날 들렸던 플라워가든, 입구부터 갖가지 만발한 꽃들이 우리를 반겼다. 상쾌한 바람과 꽃향기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펼쳐진 풍경도 아름답고 마음도 더없이 즐거웠다. 그때 누가 시작 했는지 유행가 노랫소리가 들렸다. “6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그림을 못 그려서 못 간다고 전해라” 저마다 한 소절씩 부른다. "남자 친구가 있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 하기도 하고, 나도 한마디 했는데 "세상이 아름다워서 못 간다고 전해라" 우리 모두는 웃음보가 터졌다. 결이 같은 사람들끼리 함께하는 시간, 아무도 불편해하는 사람이 없고 여행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 청주로 이사 온 후, 나는 행정복지 센터에서 운영하는 수채화반에 등록을 했다. 첫 수업이 있던 날 자기소개를 하는데, “나는 해방둥이입니다. 나이가 제법 많습니다.” 했더니 어느 젊고 예쁜 회원이 자기 아버지가 해방둥이란다. 사십 대에서 칠십 대 회원들로 나이가 그야말로 다양하다. 교실에서는 나를 왕언니라 부른다. 그것은 나이가 많아 서다. 젊은 그들과 어울리는 공간에서 젊은 시간을 본다. 그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성격이 밝고 유쾌해서 보는 사람마저도 기분 좋게 만드는 아우님, 너무도 참해서 보기만 해도 어쩌면 저리도 조신할까 나를 부끄럽게 하는 아우님, 늘 배우기를 좋아하고 하나님 품속에서 사는 똑 소리가 나는 아우님, 참으로 귀한 인연들을 만났다. 이사 오던 해, 동기간 같이 지내던 친구가 먼 길을 떠났다. 쓸쓸하고 슬펐던 그 자리를 아우님들이 채워주었다.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그림을 시작 한지 사 년으로 접어든다. 자상하게 지도해 주시는 선생님,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따뜻하게 품어 주신다. 모든 그림이 그렇지만 수채화는 물감놀이다. 스케치를 하고 물감을 풀어서 색칠을 하다 보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알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예쁜 꽃들과 여러 가지 과일들, 그리고 지저귀는 새들을 색칠할 때는 그 오묘한 색감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늘 아버지 지으신 세상은 너무도 아름답다. 그 모든 것을 서툴지만 나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쁘다. 나는 종종 아우님들과 야외 스케치를 나간다. 물을 차고 날아오르는 가마우지 떼와 갈대숲, 붉게 하늘을 물들이며 넘어가는 저녁노을, 물에 비치는 산 그림자, 그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맛난 식사도 하고 예쁜 찻집에 앉아 차도 마신다. 그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참 즐겁다. 이제 한 점 한 점 정성을 다해 아름다운 것들을 마음껏 그려보리라. 곡식들이 익어가는 들녘, 청둥오리가 노니는 잔잔한 호수, 그 모두를 화폭에 담을 생각을 하면 내 마음은 기쁨으로 일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