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종로 교보문고에 갔더니  

 한쪽 코너에 육필 전시가 있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신영복씨가 쓴 글이 벽에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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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히 치장하고 고운 옷 갈아입고

마지막 몸 가짐이 저리 아름다울 수 있나

가는 길 주황색 카펫, 눈부시게 고운 것을

 

봄부터 새잎 달고 여름 가을 짧은 생애

도로에 비켜서서 청색 차일 드리우며

답답한 회색도시, 녹색으로 주던 안식

 

말없이 누워있는 잠든 몸이 뒤척이네

고리 물고 찾아오는 그리움은 말 못해도

겨울로 가는 길목에 너를 어찌 잊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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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 - 구상

시 산책[Poem] 2016. 11. 12. 18:26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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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연일 비가 쏟아지더니 안양천 냇물이 넘실거린다.

돌다리 사이로 치어들이 보인다. 내가 자란 곳은 농촌이라 여름에 노는 무대가 냇가였다. 늘 맑은 물이 흘렀고 그 개울가에서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했으며 미역도 감았다. 어머니는 빨래 하셨고 나는 친구들과 수초 속에 있는 어린 물고기를 잡았다. 아버지가 쓰시는 그물을 돌 사이에 대고 있어도 잡혔다. 피라미, 쏘가리, 미꾸라지, 그것들은 쉽게도 잡혔다.

  여름방학인데도 학원 다니랴 엄마랑 실랑이하며 지내는 손자를 보며 같이할 수 있는 놀이는 없을까 생각하다가, 어린 시절 해 보았던 물고기잡이를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분명 특별한 놀이에 재미있어 할 것 같았다. 그 옛날 아버지가 어항을 수초 속에 묻어놓으면 이튼날 아침에는 물고기들이 가득 차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우리 냇가에 사는 물고기를 좀 잡아 볼까? 어떻게 생겼나 자세히 보고.”

“좋아요”아이는 신기한지 선 듯 답을 했다.

  우선 젓갈을 담았던 둥근 플라스틱 그릇을 찾아 아이와 작업을 했다. 용기가 떠내려가지 않게 그릇 속에 큰 돌 하나를 집어넣고, 그다음 된장 한 수저를 가운데 넣어 랩으로 얌전히 봉했다. 그리고 다시 동전 크기만큼 구멍을 뚫어 아이 손을 잡고 냇가로 나갔다.

  우리 둘은 바지를 걷어 올리고 냇물로 들어갔다. 피라미들이 지나다닐 것 같은 수초 아래 플라스틱 그릇을 가만히 집어넣었다. 그리고 돌 갈피에 떠내려가지 않게 지지대를 세워 단단히 마무리했다.

“다 안아, 고기가 잡힐 것 같니, 네 생각은 어때?”

“어쩌면 우리가 만든 그릇에 들어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하룻밤을 기다리기로 했다.

  동이 트고 새벽 6시 즈음, 잠에서 덜 깬 손자를 깨워 냇가로 나갔다. 이른 시간에 가는 것은 요즘 천변에 고니가 많이 살고 있어서 꺼내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꺼내보니 딱 두 마리가 수영놀이를 하고 있었다. 잡혔다고 좋아하는 아이 얼굴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 할머니, 다시 놓아 주어요 ”

“ 그래, 그러자. ”

“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살아라.”

  손자와 나는 아가미로 숨 쉬는 것도 보고, 까만 눈도 살펴보고, 인사까지 하고 나서 흐르는 물에 피라미를 놓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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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저녁을 먹는데, 초등 1학년 손자가 말한다.

 "할머니는 80 프로 노시는 것 같아요."

 "뭐라고 했어?”

  학교 다니랴, 숙제하랴, 피아노 학원도 가야하고. 축구하랴 , 인라인 스케이트 하랴.

  할 것이 많은데, 한가한 내가 부러웠던 모양이다.

“녀석아! 할머니도 젊어서는 별보고 나가서 별보고 들어 왔어, 뭔 말인지 알아?”

“예 알아요. 새벽에 나가셨다가 종일 일하시고 밤에 들어오셨다는 거지요.”

  대답을 그리 하면서도 이 할미가 부러운 눈치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지난 날들을 녀석이 어찌 알랴.

 그래, 나도 그 시절이 그립다.

   원 참 녀석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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