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술사랑 이야기는 미술로 풀어낸 술의 얼굴이다.’

    -세상을 취하게 하라, ‘愛술’로- 라는 활자 아래 예술 속에 술을 다룬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는 기사가 일간신문에 났다.

   술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술하고는 평생 인연이 없는 얌전한 친구 한 명을 불러냈다.  안국동 미술관. 입구에는 주제가 된 술 한 잔이 놓여 있고, 전시장에선 은은한 술 냄새가 풍긴다.  나는 천천히 그림을 둘러보다가 한 작품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제목이 ‘한 잔 하고 바라본 세상’이다.  눈동자 두 개가 동력 장치를 달아 뱅글뱅글 돌아간다. 제목에서 말하듯 취해서 바라보는 세상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한잔의 유혹’ ‘욕망의 해방구’ ‘중독의 상처’ ‘취중 파노라마’. 십여 명 작가들의 독특한 시각과 표현이 흥미롭다. 특히 ‘취무(醉舞)’는 한쪽 발을 들고 엉거주춤 춤을 추고 있어 웃음이 터졌다.  예술가들의 고뇌라고 할까, 삶의 애환이라고 할까, 묘한 감정이 되어 나는 전시장을 나왔다.  사람을 취(醉)하게 하는 ‘술’이란 과연 무엇일까. 새삼 의구심이 일었다.  

  

   조선 후기 화가 오원(吾園) 장승업(1843-1897)은 술이 있어야만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대표작인 ‘호취도’는 호암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데, 독수리의 억센 발톱과 날카로운 부리, 매섭게 쏘아보는 눈빛은 금세 날아오를 듯 생기가 넘친다.

  팔년 전, 오원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취화선(醉畵仙)을 감동으로 본적이 있다. 천민으로 태어나 그의 삶은 술과 예술이었다. 무엇보다도 영감(靈感)을 북돋아주는 것은 오로지 술이었다. 호방한 필묵법과 정교한 묘사로 생동감 넘치는 작품을 남겼다.  속박을 싫어해 구름 같은 인생을 살았으며 난국으로 가는 시대와 맞물려, 암울한 시기에 자기만의 색깔을 찾고자 수없이 고뇌한다. 

 

   끝 간 곳 없는 수평선- 백구(白鷗)는 날고 작은 봇짐하나 메고 정처 없이 떠나는 오원. ‘생사란 뜬구름과 같은 것,  앓는다, 죽는다, 장사(葬事)를 지낸다, 떠들 필요가 무어냐’  그가 남긴 말에서는 인생무상, 그의 인생관이 엿보인다.  고민하고 방황하고 광기(狂氣)의 삶을 살았으나, 그림에 취한 시선(詩仙)으로만 기억되는 것은, 살다간 발자취가 신비롭기 때문일까.

 

    삼사 년 전만 해도 나는 술이라면 딱 질색이었다. 더구나 취해서 눈동자가 허공에 걸린 사람을 보면, 그 자리를 피하기에 바빴다. 과음을 하고 그 술이 깨도록 주정하는 것을 보게 되면, 허물없이 지내다가도 두 번 다시 어울리지 않았다.  

  평상시에는 별로 말이 없던 사람이 술 한 잔을 하면 갑자기 다변(多辯)이 된다. 주벽이 심해 시비 끝에 싸움으로 가는 사람도 있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징징 울기도 한다.  취한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뭐 그럴 것까지 있을까 했지만, 술버릇이 고약한 사람을 보면 ‘쯧쯧’ 나도 모르게 혀를 차게 된다. 등산모임에서 저녁 회식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술잔이 내게로 온다.

   “자네도 이제 한 잔 해도 될 나이가 되었네.”

   술 마실 때가 되었다면 나도 나이가 많다는 뜻 일게다. 어찌되었거나 한 잔씩 받아 마신 것이 계기가 되어 이제는 조금씩은 하게 되었다. 헌데 나는 한 잔하면 웬일인지 기분이 좋아진다. 뿐인가 노래도 나온다.  껄끄러운 사람도 편안하게 보일 만큼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전화를 받다가 느닷없이 흥얼거려 실례를 범한 적도 있지만, 조금은 취해 우스갯소리도 하고 너스레도 좀 떨고, 그렇게 허튼말을 하는 사람이 좋아진다.  어쩌다 한잔 술에 흥얼거리면,

   “남 여사가 망가지는 것도 하루아침이네”

   나를 ‘새침데기’라고 불렀던 형님이 농 섞인 말을 한다.

 

  친정아버지는 약주를 즐겨 드셨고 흥이 많으셨다. 그 유전인자를 고스란히 받았는지, 내가 남자였다면 술 깨나 마시는 한량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반평생을 내 딴에는 열심히 살았으니, 한 잔 한다고 누가 나를 탓하겠는가. 술상 앞에서 조금은 흩어져도 괜찮을 터, 구차한 변명으로 자신을 격려할 때도 있다.  세월이란 참 무서운 것이라 느껴진다.  친구를 사귐에도 반듯한 사람을 좋아했고, 삶에서도 정도(正道)만 추구했던 내가 이제는 칼같이 정확한 사람을 보면,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든다. 

  

  예술가들의 영감을 북돋아서 창작을 도와주는 술. 서먹한 자리도 한 잔이 돌아가면 부드러워지고 인간관계에 윤활유가 되어주는 술. 좋은 사람들과 한잔 기울이며 삶의 노곤함을 풀어 버린다면 그 자리가 왜 아니 즐겁겠는가.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들의 마음을 가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집에서 담는 약술도 과하면 몸을 해한다 했으니, 본인의 주량을 알아 알맞게 마시고 기분 좋게 깬다면, 술은 마음의 갈증을 풀어 주는 좋은 벗이라 생각된다.  지난 가을, 술을 기분 좋게 마시는 시인을 만났다. 술잔이 오고 가고 취흥이 무르익어 가는데, 그 자리서 시 한 수를 지어 준다.  내 생애 이런 날이 또 있을까 싶어 마음은 기쁘기 한량없었다.      

   경제가 어려워 나날이 살기 어려워지는 요즘, 지나치어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조금은 취해서 살아도 좋으리라.  사람에 취하고, 아름다운 산수(山水)에 취하고, 그리고 사랑(愛)의 술로 가끔은 취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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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기차는 북쪽을 향해 달린다. 

   30분 달리다보면 플랫폼에 ‘예르벤페’라는 표지가 나타난다. 이곳은 핀란드전체가 국부(國父)처럼 떠받들었던, 작곡가 ‘얀 시벨리우스’가 반평생을 살았던 집 ‘아이누라’이다. 이 세상 모든 작곡가들을 통틀어서, 시벨리우스만큼 국가적인 영웅 대접을 받았던 음악가도 없었다.  당시 핀란드는 국호는 가지고 있었으나 러시아 제국의 속국이었다.  조국의 불행한 상황에서 민족의식을 고취(鼓吹)하는 음악을 작곡하게 되고, 핀란드가 독립했을 때, 가장 먼저 추앙받던 예술가가 시벨리우스였다.  정부는 숲으로 둘러싸여 아름다운 이곳 예르벤페에 그의 거처를 아담하게 지어주고, 종신 연금을 받는 특혜를 주었으며, 평생 걱정 없이 작곡에만 전념하도록 해주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집 반경 몇 킬로미터에 걸쳐서, 자동차의 경적을 금하고 서행하도록 표지판을 세운 것이었다.’

 

 요즘 읽은 음악서적 박종호의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나라의 아버지란 수식어

가 붙은 작곡가 ‘얀 시벨리우스’ (1865- 1957), 그가 남긴 업적이 대단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허나 음악가를 그토록 우대하고 배려해준 핀란드라는 나라가 나는 궁금해졌다. 그리고 2003년부터 국가 경쟁력 세계 1위, 국가 투명성 세계 1위, 범죄율은 세계최저 이며, 국민들 스스로가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을, 로또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즐거워 한다는 기사를 일간지에서 읽고, 핀란드에 대한 나의 관심도는 더해졌다. 그리하여 나는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에 이르렀다.

  

   핀란드는 1917년 12월에 독립공화국으로 선포되었다. 유럽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나라이며, 국토의 70퍼센트 이상이 숲으로 덮여있다.  인구는 약525만 명, 주요 생산 작물은 보리와 귀리이고, 유난히 호수가 많아 핀란드를 ‘수십만 개의 호수의 땅’이라 했다.  3월이면 봄이 오는 것은 우리나라 절기와 같으나, 5월에 눈이 녹고 6월이면 다양한 꽃들이 피어난다. 또한 핀란드 북부 ‘로바니미’에서는 5월 중순부터 7월 말까지 낮이 계속 되어, 그곳은 한 밤중의 태양이 뜨는 백야(白夜)의 땅이다. 하지만 중부와 남부는 짧게나마 해가 지평선 아래로 넘어가는데, 그 순간은 하늘이 제일 아름다운 색을 보여준다고 했다.  9월이면 잎들은 갈색으로 물들고 10월이면 첫눈이 내린다. 쌓인 눈은 그 다음해 3월까지 이어지는데, 겨울은 여섯 달, 참 긴 편이다. 그래서 그들은 봄을 맞이하는 기쁨이 남다르다.  

  국민성을 살펴보니 놀라울 정도로 양심적이며 근면하다.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데, 이곳의 자연환경이 워낙 고요한데서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서머코티지(summer cottage)는 핀란드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름용 별장이다. 전세를 살아도 조그만 별장은 가지고 있는데, 그들은 가족과 함께 주말을 호수와 숲이 있는 자연에서 호흡하기를 즐긴다. 앞서간 사람이 쓰레기를 흘렸으면 다음사람이 그것을 꼭 줍는다고 하니, 환경을 아끼는 마음도 각별한 것이다. 

 

  핀란드는 무엇보다도 교육의 강국이다. 조세(租稅)를 재원으로 초중고는 물론 대학원까지 무료이며, 교재와 식비, 통학 비까지 제공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아이의 적성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국가차원에서 하고,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즐겁게 공부하는 인재로 키워내는 것이다. 교육정책이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는 맞춤형교육이다.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말은 헛말이 아니었다. 

   두 달 동안 핀란드를 들여다보며 느낀 것은,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특별하게 내 시선을 끄는 대목이 있었는데, 그것은 나라 안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는 대책마련을 위해 각계전문가들을 모아서 답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 모임이름이 ‘워킹그룹’이다.  몇날 며칠이 걸려도 충분히 토론을 한 후에,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론을 얻는다. 그런 과정을 거쳐 결정이 된 사항에는 정치권의 입김도 이해집단의 압력도 상관없이, 번복(翻覆)되지 않고 시행된다고 한다. 정치에 문외한인 나도 가끔 난투극으로 가는 국회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를 도

입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소득에 따라 부과되는 높은 세금은 정부활동 공개법이 있어, 정부가 하는 일이 궁금하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유럽은 인간 중심의 '휴머니즘(humanism)' 사회라고 하더니 핀란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인복지는 물론, 노약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편리하게 잘 되어 있었다.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조금도 불편함이 없다. 뿐만이 아니라 1999년부터 노인에게는 그간의 경력(經歷)을 활용해 재교육과 취업알선을 하여, 다시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것은 노인과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는 국민 누구에게나 같은 혜택을 주는 평등주의 정책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왜 그토록 행복해하는 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예술가를 우대해준 나라, 교육을 책임지며 인재를 키워내는 나라, 공편(公便)한 삶과 정부에 대한 신뢰, 본인이 선택한 분야에서 그들은 열심히 일하며, 즐겁게 사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복지제도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육아보조금, 치매노인 요양비, 독거노인 생활 보조금, 노인 일자리 창출, 그 외에 소외층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 지고 있다. 우리도 언젠가 핀란드처럼 살기 좋은 세상이 오리라 기대해본다. 가진 것이 별로 없으니 세금 낼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어쩌다 내는 세금을  아까워하지 말

 아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숲과 대지, 호수와 바다, 그리고 산타크로스의 고향 핀란드는, 언젠가 한번은 가보고 싶은 나라이다.    

                                               

Posted by 물오리
 

                    


                                                           

  별밤지기 이문세가 요즘은 낮지기가 되어 아침방송을 한다.

  금요일은 아침음악회가 있는 날인데 초대된 사람들은 보컬 팀이다.  그들은 치과 의사라 했고, 그래서 이름도 ‘이빨스’ 란다.  각자가 맡은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하는데 리듬이 경쾌하다.  가사를 들어보니 역시 이빨에 관한 내용이다. 

  “ 이가 아프면 치과를 빨리 찾아요. 이빨 이빨,  이빨스,” 

  나는 아침을 먹다가 그만 웃음이 터졌다.  그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단다.  짐작컨대 학창시절은 학업에 충실해 치과의사가 되었을 것이고, 지금은 병원을 운영하며 틈틈이 연습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봉사를 하게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땀을 흘렸을 것이다. 

   “사모님들, 시간을 허락해주어서 고마워요” 팀 한사람이 안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건강한 사회일원으로 유쾌하게 사는 그들의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른 아침, 시흥계곡을 오르려면 산 아래 있는 도로를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산을 감고 도는 담벼락아래 고유번호가 적힌 거주자 주차선이 그어져있는데, 작은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토요일입니다. 오후 2시면 들어옵니다.

  차를 세우시게 되면 전화번호를 남겨주십시오. 죄송합니다.’

  단정한 글씨가 팻말에 쓰여 있다.  글을 읽으며 어떤 사람일까, 나는 궁금증이 일었다.  좀처럼 남을 배려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이렇듯 사려 깊은 사람이 있다니, 내 마음속에선 그야말로 싱그러운 바람이 불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아주 작은 일에 유쾌해진다.  일테면, 운전 중에 옆 차가 앞으로 들어오겠다고 점등을 켰을 때, 나는 거반 양보를 하는 편이다.  물론 잘하지 못하는 운전 탓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사라져갈 때 또 기분이 유쾌해진다.   뿐인가, 버스가 정차하면 노인이 탑승하도록 뒤에서 도와주며 기다려주는 사람,  이사를 가면서 필요한 전화번호를 현관문에 부쳐주고 가는 사람, 사소한일이지만 그런 사람들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평범한 일상, 인생이란 그냥 그렇게 무탈하게 흘러가면 다행이라 여겨지기도 하지만, 때때로 스치는 풍경에서 유쾌함을 느낄 때, 나는 삶이란 것이 더 좋게 느껴진다.

                                                      

Posted by 물오리
 

 

      일주일에 두 번, 나는 초등저학년 꼬맹이들과 동화책 읽기를 한다.

     책상을 마주하고 둘러앉은 아이들은 차례로 책을 읽는다.  열 두 명의 초롱초롱한 눈은 친구가 읽는 것을 조용히 듣고 있다. 오늘의 이야기는 착한 소녀가 돌 아래 깔린 용을 구해주고, 말만 하면 모든 것이 나오는 요술 맷돌을 얻어, 행복하게 잘 산다는 동화다.  어느 대목이 재미있었는지, 느낀 점은 무엇인지, 돌아가며 이야기내용을 정리하고 나면, 나는 한 가지 더 질문을 한다. 

  “만일, 요술 맷돌이 여러분에게 생겼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요?” 

  “돈이 많이 나와서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하겠어요.”

  “좋은 집하고 맛있는 과자 나오라고 말 하고 싶어요.”

  “동생 하나 달라고 할래요.” 

아이들의 대답은 각양각색이다. 헌데 마지막에 한 아이가 하는 말에 나는 귀가 번쩍 뜨였다.

“저는 요, 먹을 것을 많이 나오게 해 달래서, 아프리카에 배고 푼 아이들 도와주고 싶어요.”

“어머나 신통해라, 그런 생각을 했구나.”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돈을 이야기 한 아이는 부모가 맛 벌이를 하는 환경이고, 동생을 원하는 아이는 자기하나여서 외로운 모양이다.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기특하게도 남을 배려 할 줄 아는 마음이다.  아이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마치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화선지가 떠오른다.  뿐인가, 웃는 얼굴은 순수 그 자체다.  아이들과 어울리는 날은 내 마음도 즐겁다.

 

  연세대 교육학자이신 이성호 교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꼬맹이들의 사회생활은 시작 된다고 한다.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란아이는 언어가 발달이 되고, 이것저것 경험하며 자란아이는 사고력(思考力)이 넓어진다고 하였다. 되도록 보고 듣고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란다. 그리고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심사항을 알아내어 키워 주라고 했다. 

   동화책은 아이들에게 호기심과 읽는 재미를 준다. 전래동화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설을 알게 해주고, 창작동화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기도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가족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하고, 장애가 있는 친구를 그대로 받아드릴 수 있는 넓은 마음이 있는가 하면, 환경을 소중히 해야 하는 지구이야기, 상대방을 배려하는 착한마음이 담긴 내용, 두려움이 많은 아이에게는 용기를 주는 책도 있고,  존재의미를 알고 참된 우정을 알게 하는 이야기, 전쟁의 잔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책, 아이들이 읽기에 좋은 책들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동화책 읽기는 아이들에게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첫걸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초등학교생활이 시작되는 시기에 엄마와 책을 읽고 이야기내용을 정리해본다면, 아이들의 정서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며칠 전에 읽힌 책은 ‘의사 안중근’이다.  나 역시,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그분의 업적을 다시 새겨보았다.  나무는 땅속에서 자양분(滋養分)을 얻어 성장하듯이, 아이들은 책을 통해 좋은 자양분을 얻는다.  그리고 그것은 슬기로운 아이로 자라게 할 것이다. 요즘 내가 즐겨 가는 곳은 어린이 도서관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크는 아이들, 그 순백의 마음에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것이 내 희망사항이다.      




Posted by 물오리

일본규슈여행

여행[Album] 2011. 2. 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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